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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최보기의 "이런 기능성 책이라니!"] 돌멩이 하나로 참새 두 마리를 잡는 책(김훈-자전거 여행)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7-11-06
조회수 76



 

돌멩이 하나로 참새 두 마리를 잡는 책
글 최보기(작가, 북칼럼니스트)

 

 

 

 

김훈이 프로 사진작가 이강빈과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돌면서 쓴 기행문을 모아 펴낸 『자전거 여행 1, 2』 권은 오래 전에 출판됐는데 2014년 문학동네에서 개정판으로 다시 출판했다. 최근 화제는 무성했으나 원작 소설에 너무 밀착하는 바람에 흥행은 기대에 못 미쳤다는 영화 남한산성만으로도 작가 김훈에 대해 길게 말하는 것은 사족이다.

 

 

그의 초기 산문집 ‘밥벌이의 지겨움도 만만치 않으나 자전거 여행은 특히 문학 출판의 코드 문학동네에서 정교하게 다시 편집했기에 전체 내용이 이전보다 더욱 알뜰해졌다. 독자들에게 이 책의 독서를 권장할 이유를 대라면 김훈 산문의 정수라는 여섯 글자로 충분하다. 그러나 독서의 목표를 조금만 달리 하면 이 책을 읽는 효과 중 최소한 2가지는 보장할 수 있다.

 

첫째, 글쓰기를 잘 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활용하는 훈련 중 필사(筆寫-베껴 쓰기)가 있다. 김훈의 책들은 많은 이들이 즐겨 필사하는 대상이다. 그의 문장은 탱크처럼 육중하면서도 제비처럼 날렵하다. 장미 가시처럼 날카롭지만 할머니의 엉덩이 마냥 납작히 흐름을 멈춘 하류의 강물처럼 유유하다. 참고로 필자 역시 오래 전 밥벌이의 지겨움’, ‘칼의 노래’, ‘자전거 여행을 자주 베껴 썼다.

 

김훈의 글쓰기 핵심 비결 하나는 딱딱 끊어 쓰는 ‘짧은 문장이다. 글쓰기에서 짧은 문장은 누구나 강조하는 첫째 덕목이다. 간결하고 힘있게 치고 나가는 글의 생명이다. 둘째 덕목은 관찰이다. 그의 배낭에는 망원경과 확대경이 필수품이다. 셋째 덕목은 사색(생각), 넷째 덕목은 공부다. 이제 그의 이 네 가지 덕목을 확인할 수 있는 문장의 실재를 자전거 여행에서 겪어 보자.

 

수련은 물 위에 떠서 피지만, 한자어로는 물 수()가 아니라 잠들 수()를 골라서 수련(睡蓮)이라고 쓴다. 아마도 햇살이 물위에 퍼져서 수련의 꽃잎이 벌어지기 전인 아침나절에 지어진 이름인 듯싶지만, 꽃잎이 빛을 향해 활짝 벌어지는 대낮에도 물과 빛 사이에서 피는 그 꽃의 중심부는 늘 고요해서 수련의 잠과 수련의 깸은 구분되는 것이 아닌데, 이 혼곤한 이름을 지은 사람은 수련이 꽃잎을 오므린 아침나절의 봉우리 속에 자신의 잠을 포갤 수 있었던 놀라운 몽상가였을 것이다…

 

수련은 빛의 세기와 각도에 정확히 반응한다. 그래서 수련을 들여다보는 일에는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의 숨 막히는 허송세월이 필요하다… …‘새벽의 순간을 알리는 그 정확성, 이것이야말로 수련으로 하여금 인상주의의 꽃이 되도록 하는 이유인 것이다. 수련은 세계의 한순간이다(‘꿈꿀 권리이가림 옮김. 열화당. 1980).

 

1권의 여름 연못의 수련, 이 어인 일인가! 광릉 숲 속 연못에서중에서 발췌했다(115p~118p). ‘숨 막히는 허송세월’이라니, 이 얼마나 치열한 관찰과 사색인가. 또 그의 수련에 대한 깊은 사유의 문장에는 이가림의 책에서 공부했던 화가들의 꽃 수련이 함께 녹아있다.

 

이제 2권의 그리운 것들 남쪽으로, 선암사’(214p~219p)를 읽으며 전남 승주로 김훈과 자전거 여행을 함께 가보자.

 

“술을 억수로 마신 다음날 아침에 누는 똥은 불우하다. 똥이 항문을 가득히 밀고 내려가지 못하고, 가락국수처럼 비실비실 새어 나온다. 똥이 똥다운 활력을 잃고 기신거리면서 툭툭 끊긴다. 이것은 똥도 아니다. 삶의 비애는 창자 속에 있었다. 이런 똥은 단말마적인 악취를 풍긴다. 똥의 그 풍요한 넉넉함이 없이, 이 덜 썩은 똥냄새는 비수처럼 날카롭게 주인을 찌른다.

 

간밤의 그 미칠듯한 슬픔과 미움과 무질서와 악다구니 속에서, 그래도 배가 고파서 집어먹은 두부김치며 낙지국수며 곱창구이가 똥의 원만한 조화에 도달하지 못한 채, 반쯤 삭아서 가늘게 새어나오고 있다. 이런 똥의 냄새는 통합성이 없다… …이것은 날똥이다. 날똥을 들여다보면 눈물이 난다. 이 눈물은 미칠 듯한 비애의 눈물이다. 날똥 새어나오는 아침의 화장실에서 나는 때때로 처자식 몰래 울었다. 날똥이여,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세월이여 청춘이여 조국이여, 모든 것은 결국 날똥이 되어 가락국수처럼 비실비실 새어나가는 것인가. 쉰 살 넘어서 누는 날똥은 눈물보다 서럽다… …

 

선암사 화장실은 배설의 낙원이다. 전남 승주 지방을 여행하는 사람들아, 똥이 마려우면 참았다가 좀 멀더라도 선암사 화장실에 가서 누도록 하라. 여기서 똥을 누어보면 비로소 인간과 똥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선암사 화장실은 인류가 똥오줌을 처리한 역사 속에서 가장 빛나는 금자탑일 것이다… …

 

대소변을 미련없이 버리듯, 번뇌 망상도 미련없이 버리자’. 이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대소변을 누듯 망집의 욕망도 훌훌 우리 몸 밖으로 내던질 수 있다면. , 인간이여. 헛된 욕심의 총화여, 슬픔이여… … 사랑이여, 쓸쓸한 세월이여, 내세에는 선암사 화장실에서 만나자.

 

필자는 배설의 유쾌보다 세균의 불결이 떠오르는 ‘화장실과 똥을 주제로 이렇게 깊고 아름답게 쓴 문장을 이전에는 읽지 못했었다. 아아, 세상에나 똥으로 글을 써도 이리 아름다울 수 있구나!

 

둘째, ‘좀 멀더라도 선암사 화장실에 가라는 여행의 디테일한 정보가 들어있다. 여행에 해박한 사람이 아니라면 1. 2권을 통해 방방곡곡 김훈이 갔던 곳만 찾아다녀도 몇 년은 걸릴 것이다. 그때는 아무렇게나 경치 좋은 곳에 가는 관광버스가 아니라 사회, 역사, 문화의 스토리(지식)를 산문에서 미리 갖추고 떠나는 지적 여행의 가치가 남다를 것이다.

 

자전거 여행1. 2’는 김훈의 동서고금 지식이 독자에게 전달되는 와중에 특히 역사가 독보적이다. ‘살길과 죽을 길은 포개져 있다, 남한산성(병자호란)’, ‘충무공, 그 한없는 단순성과 순결한 칼에 대하여, 진도대교(울돌목 명량해전)’, ‘망월동의 봄, 광주(518)’ 등이 그렇다. 물론 지옥 속의 낙원 식영정, 소쇄원, 면앙정’, ‘노령산맥의 IMF, 섬진강 상류 여우치 마을’, 시간이 기르는 밭, 서해안의 염전같은 곳처럼 스토리와 풍경이 함께 어우러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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