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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장마리의 독서지략] ‘가족’과 ‘음식’을 주제로 쓴 두 권의 소설집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7-11-06
조회수 188


 

 ‘가족’과 ‘음식’을 주제로 쓴 두 권의 소설집 
글_장마리


지방보다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경제가 발전하다 보니 문화를 비롯한 예술까지 집중화가 된지 오래다. 문학도 마찬가지이다. 남들은 아니 모르는 사람은 말한다. 소설이라는 것이 책으로 출판되는 것이고 독자들은 전국에 분포되어 있기 때문에, 작가가 수도권에 거주하든 산골이나 농촌에 처박혀 있든, 어느 지역, 지방에 사는 것이 무슨 상관이야? 실력이 문제겠지. 실력이 없어 베스트 작가가 못 되는 것인데, 이런저런 핑계를 대는 것이지. 도대체 지방작가라는 말을 쓰는 이유가 뭐야? 그러면 수도권 작가라는 말도 있어?

이렇게 내게 묻는다면 대꾸를 못 하겠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라서.

그럼에도 불구하는 전북작가회의 소설가들의 이야기, ‘지방작가의 이야기, 내 이야기를 이번 지면을 빌어 하려고 한다.

나는 2009문학사상신인상 공모에서 단편소설 불어라 봄바람으로 등단했다. 물론 문학사상은 우리 문단에서 한 획을 긋는 문예지이고 문학 출판사이다. 그러니까 등단은 지방이 아니라 수도권에서 했다. 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전북에서도 소도시 익산이다. 어쨌든, 등단 후 꾸준히 작품 발표를 했다. 2010년에는 문학사상5월호에 발표한 선셋 블루스가 문제소설로 선정되어 2011년에 재수록 되었고, 이 작품을 표제작으로 그동안 발표한 8편의 단편소설을 묶어 2013년에 창작집 선셋 블루스를 냈다. 이 작품집은 2014년 채만식 문학상 최종심까지 올랐다. 그리고 전북작가회의에서 주관하는 제7회 불꽃문학상을 받았다.

나는 작품을 탈고하면 여러 번에 걸쳐 개작을 하고 각 출판사 문예지에 투고를 한다. 하지만 작품을 수록해 주겠다고 연락이 오는 경우는 드물다. 보내고 석 달 이상 기다리면 대체로 이러한 메일이 온다. ‘보내주신 작품은 잘 읽어보았으나 본지의 방향과 의도가 달라 수록할 수 없으니……

전북작가회의 소속 회원은 약 200명이다. 작가회의의 행사를 비롯한 활동을 하는 작가는 얼추 40, 50명 안팎이다. 시인으로는 김용택, 안도현, 박남준, 복효근, 이병초가 있고 젊은 시인으로는 박성우가 있다. 소설가는 80년대 문장으로 문단을 사로잡았던 이병천이 있고 정도상이 있으며 2015년 혼불문학상을 받은 이광재가 있다. 지금 거론한 작가들은 그래도 문단에 이름이 알려진 작가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 외는? 놀랄 수도 있으나 전북작가회의 회원들은 거의 신춘문예와 알만 한 문예지 출신의 작가들로 이루어진 단체이다. 그래? 그럼에도 딱히 모르겠는데? 이런 반응이 대부분이다.

 

전북작가회의 소설분과장을 맡으면서 나는 이병천 선생에게 지방의 작가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의논했다. 이때 앤솔로지(Anthology)형태의 소설집 출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이병천 선생은 일단 추진해 보라고 했다. 그 결과물로 나온 책이 2015년에 가족을 테마로 쓴 두 번 결혼할 법이고, 10월 말에 나온 음식을 주제로 쓴 마지막 식사이다. 전북작가회의 소설가들은 십오 명이다. 그런데 각자의 밥벌이 때문에 사실상 절필을 한 작가와 다른 장르의 글을 쓰는 작가를 빼면 열 명 안팎이다. 그들에게 테마 소설집 출간 계획을 말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참여의 의사를 밝혔다. 그로 인하여 두 작품집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다. 작품의 질은 따로 말하고 싶지 않다. 단 지면만 허락된다면 얼마든지 작품을 쓰겠다는, 소설가라는 의지가 아직 살아 있는, 아니 소설가로 존재하고 싶다고 말하는 작가들이 있다는 것이다.

 

두 번 결혼할 법은 서철원, 장마리, 김저운, 한지선, 정도상, 김소윤, 김경나, 황보윤 ,이병천이 참여했다. 서평글을 따오면 다음과 같다.

삶과 사회, 국가의 근간을 이루는 최소 단위인 가족의 의미와 가치가 현 시대에 어떻게 해체·변형되어가고 있는가를 중심 주제로 선정해 조명한다. 아홉 편의 작품들의 시대적 배경은 제각각이다. ·정조시대의 작품이 있는가 하면, 미래를 그리는 에스에프 작품도 있다. 하지만 가족의 의미를 재고하게 만든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다.’

책이 출간되고 얼마 있지 않아 장마리의 가족의 증명, 김저운의 개는 어떻게 꿈꾸는가, 정도상의 장씨의 어떤 하루KBS 라디오 독서실에서 드라마로 제작 방송되었다.

 

마지막 식사는 일가족이 먹는 밥상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작품집이라는 타이틀로 소개글이 시작된다. 그리고 남도의 풍요로운 산물과 넉넉한 인심, 따뜻한 인정이 어우러진 마지막 식사는 어머니의 밥상 같은 작품집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이 상 위에는 생면부지 나그네라도 소매를 붙잡아 음식을 대접하는 남도의 정서가 함께 묻어 있다. 그런 따뜻한 인정과 배려는 신개발로 사라지게 된 마을을 떠나며 마지막으로 무연고자의 무덤에 음식상을 차려주는 마음씀씀이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김양호(소설가, 숭의대 교수)는 섭식장애에 걸린 소녀의 고통에 대한 연민, 대구탕, 돼지고기 들어간 청국장, 매실장아찌, 브리야니, 멀리 멕시코에서 먹는 김치찌개, 한 가족이 단 한 번도 다 함께 식탁에 앉을 수 없는 현실까지를 음식에 담아 지면으로 불러낸다. 화목하게 둘러앉아 일가족이 먹는 밥상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작품집이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 작품집에 참여한 작가는 이광재, 정도상, 장마리, 황보윤, 차선우, 김소윤, 한지선, 김저운이다.

전북작가회의 소설가는 열손가락으로 다 꼽을 수 있다. 그 중에서 두 번 참여한 작가도 있고 한 번만 참여한 작가도 있으며 새롭게 합류한 작가가 있다. 비록 단편소설이지만 지면에 작품을 내기 위해서는 창작의 고통을 겪어야 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참여 의사를 밝혔다가 원고 마감까지 기일을 못 지켜 빠진 작가도 있다.

 

점점 문예지의 지면은 좁아지고 있다. 반면에 생산되는 작가들은 많다. 각 신문사마다 매 년 신춘문예로, 각종 문학 행사에서 배출하는 신예 작가들, 암암리 동인끼리 출판하여 문인이 되는 경우까지를 포함한다면 어마어마하다. 또한 대학에 문예창작학과가 생기면서 작가의 길은 한층 넓어졌다. 이렇다 저렇다 해도 작품의 질이 최종적으로 작가의 생명력을 좌우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과연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작가로서 살아가고 있으며 살아남는 것일까?

다시 내 이야기로 돌아가면, 단편소설로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기 때문에 장편소설집을 내어 다시 문단에 주목을 받는 게 지금의 내 목표이다. 물론 책을 내는 일은 자비(自費)나 문예진흥기금의 도움을 받아 출판을 할 수도 있다. 아직은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 즉 내 작품의 완성도를 인정받고 싶은 욕심이 있어, 장편 공모에 투고를 한다. 이 일은 등단만큼이나 어렵고 힘든 일이다. 수 백편 속에서 단 한편만 선정되는 일이라 우리는 등단고시라고 말하는데 장편 공모도 그렇다. 공모의 색깔이 어떠한가도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運七技三이라고, 즉 운이 7이고 실력이 3이라고, 어쩌면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라고 위로를 한다. 한 번 두 번 투고에 떨어지니 작가로서 생명력이 다 된 듯한 마음에 자괴감도 들고 작품만 쓸 수 없는 내 환경을 탓해보기도 한다.

중세에는 예술가를 후원하는 패트런((patron)이 있었다. 지금 연예인들의 스폰서 같은 개념이라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지방에서 살든 수도권에서 살든 상관없이 패트런만 있다면 대작을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는 작가들도 주위에 많다. 즉 작가로 글만 써서 먹고사는 일이 어렵기 때문에 다른 직업을 찾고 제대로 몰입하여 글을 쓸 수 없으니 완성도 있는 작품이 생산되지 못한 것에 대한 핑계라고, 또 누가 말한다면 이 물음에도 대답할 말이 없다.

그러고 보니 이번 책 소개 글은 그냥 전북작가회의 소설가들이 가족을 이어 음식을 주제로 쓴 두 권의 창작집을 소개한다면 그뿐인데 내 신세 한탄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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