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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마음을 읽는 여자 박상미의 책읽기]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7-11-06
조회수 193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글_박상미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박동욱 지음/ 휴머니스트 /2017년

 
 ‘아버지’라는 단어는 듣기만 해도 울컥, 목울대를 뜨겁게 하는 단어다. 나이가 들수록, 아버지란 이름이 우리 인생에 미치는 무게는 묵중해진다. 자식 입장에서도 아버지라는 무게는 크지만, 현대 사회를 사는 ‘아버지’들은 어깨가 무거운 만큼 마음도 무겁다. 그렇다면 조선시대 아버지들은 어땠을까? 그분들이 붓끝으로 남긴 글을 통해서 오늘을 사는 아버지들이 지혜와 위로를 얻고, 또한 자식들은 그분들의 글을 통해서 내 아버지가 차마 다 하지 못한 말들을 가슴에 새길 수 있지 않을까.
 꾸준히 가족을 주제로 연구를 진행해온 한문학자 박동욱 교수가 신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내놓았다. <가족>, <아버지의 편지> 등의 저서를 통해 조선시대 아버지들이 남긴 글을 모아 부연하고, 진솔한 자신의 소회를 담은 책이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남긴 시, 수필, 제문, 편지 등 다양한 형식으로 풀어낸 다양한 사연은, 놀랍게도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말들을 따뜻하게 전해준다. 이 시대 아버지들의 사연과 많이 닮아 있어서 놀랍고, 더욱 위로가 된다. 부모라는 자리는, 예나 지금이나, 누구에게나, 늘 어렵고, 서툴고, 미안하고, 가슴 저린 것이구나... 큰 위로를 얻을 수 있고, 자식의 입장에서 읽을 땐 부모의 마음속으로 한발 자국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채팽윤), ‘남은 자식은 너희들뿐인데’(정약용), ‘내 아들 내가 만난 최고의 사람’(김창협), ‘아프지 않은 손가락은 없다’(채제공)는 특별히 가슴에 오래 남는 아버지들의 글이다.
 부인 없이 홀로 자식들을 키워야 했던 심익운의 사연을 읽으면 한부모 아버지로서 자식을 키우는 어려움을, 오랜 유배생활로 자식의 성장을 함께하지 못한 정약용의 사연에서는, 자녀들과 떨어져 살아야 하는 아버지들의 미안함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조선시대 아버지들의 목소리를 통해서 내 아버지가 내게 전하는 편지를 받아 읽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저자 박동우 교수를 만나서 책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 이 책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요?
“아이를 42살에 낳았습니다. 나중에 아이가 성장해서 읽어 봤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자식이 처음 자식이 되는 것처럼 누구나 준비 없이 아버지가 됩니다. 어쩌면 아버지가 되어진다는 표현이 적절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자식으로서 가늠할 수 없었던 부모의 헌신적인 사랑을 복원해 나가며 그렇게 점점 아버지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 자기 글 속에서 특별히 마음을 많이 쏟은 구절이 있지요. 책 속의 한 문단, 저자가 뽑으신다면요?
 “특히 김창협과 이하곤의 제문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 편만 꼽자면 이하곤의 제문입니다. ‘이튿날 새벽 네가 배앓이를 하며 토했지만, 나는 찬바람을 맞아 그런 것이니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여겨 오래 머물지 않고 길을 떠났다. 식송촌(植松村)에서 점심을 먹을 때 네가 또 토하는데 얼굴을 보니 정신이 쏙 빠진 듯 하고, 얼굴빛이 사색이 되어 있었다. 나는 두려움에 젖어 급히 수레를 몰았고 운정(雲亭)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밤이 깊어 있었다. 몇 가지 약을 먹여보았지만 듣지 않았고, 이틀이 지나자 마마 자국이 나타나기 시작했지. 의원 유상을 불러 진맥하게 했더니, “피가 요도를 따라 흐르니 유부(兪跗)나 편작(扁鵲)이 오더라도 어쩔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라고 하더구나.’
 유상은 어의(御醫)로 활약한 인물입니다. 천연두 치료로 일가견이 있었습니다. 딸의 병에 우연히 유상을 만났으나, 유상이 유부나 편작같은 신의(神醫)가 오더라도 고칠 수 없다고 단정적으로 말합니다. 지금으로 이야기하면 가장 큰 종합병원에서 명의 알려진 의사에게 가망이 없다는 진단을 받은 것과 같습니다. 그 부모의 마음이 어땠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교수님께 아버지는 어떤 분이신가요?
 “저희 세대 아버지는 대개 비슷한 인상입니다. 근엄하고 엄숙한 아버지입니다. 요즘 같이 친구같은 아빠는 아니었습니다. 유년기나 청소년기에 아버지와 무엇을 함께 해본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그러니 유년기와 청소년기에 부자 간에 공유된 기억 없다는 것은 성장해서도 좀 서먹서먹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아버지에 대해 나쁜 감정은 없지만 지금도 말씀을 나누기가 좀 어색하긴 합니다.”

-페이스북에서 유안이 사진을 많이 보았어요. 참 예쁜 아들이더군요. 본인은 어떤 아버지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어떤 아버지로 유안이 옆에 계시고 싶으신가요?
 “따뜻한 아빠가 되고 싶어요. 무엇이든 유안이와 함께 하고 싶어요. 이발소도 목욕탕도 서점도 운동도 함께 가고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나중에 유안이한테 고민이 생긴다면 제일 먼저 아빠를 찾아 조언을 구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 아들에게 미안했던 기억이 있다면 언제였나요. 아버지로서 성장할 수 있었던 경험이 있다면요.
 “이상하게 아이한테는 계속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딱히 나쁘게 한 것도 없는데 못해준 것만 생각나고 그렇습니다. 아마 부모님들은 모두 공감하실 것 같아요. 아이를 낳고 학생들에 대한 생각도 좀 많이 바뀌었습니다. 이 아이들의 부모님도 내 아이를 키우는 내 마음처럼 키웠겠지 하는 생각이 들면 어느 학생 하나라도 함부로 대할 수 없습니다.”

-저는 이 책이 청소년부터 노년층까지 같이 읽고 할 얘기가 많은 책이라 생각해요. 독자들에게 이 책이 어떻게 다가가길 원하시나요?
 “자식은 아버지 생각을, 부모는 자식을 생각하며 읽는 책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이든 우정이든 나이가 들면 다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결국 마지막에 남는 것은 가족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가족에게 상처 받았거나 가족을 상실했거나 하는 분들에게 작은 위안이 되었으면 합니다.”

 저자는 ‘조용히 사라지는 책이 아니고, 조용히 읽히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안 계신 분들이라면, 이 책이 내 아버지가 미처 내게 남기지 못한 말들을 다 모아 놓은 책으로 다가 올 것이다. 아버지가 곁에 계신 사람들이라면, 가족이 함께 읽고, 아버지와 미처 말로 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글로 만날 수 있는 따뜻한 시간이 될 것 같다. 우리가 미처 느끼지 못했던, 우리 아버지들의 잔잔하고 따뜻한 마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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