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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소설가 이근미의 책세상] 의문은 지성을 낳고 믿음은 영성을 낳는다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8-01-08
조회수 387


의문은 지성을 낳고
믿음은 영성을 낳는다


글_이근미(소설가)







▲ 『의문은 지성을 낳고 믿음은 영성을 낳는다』 ▲ 
이어령 지음/ 열림원 펴냄/ 2017년 발간




이어령 선생의 이름 앞에 이 시대 최고의 지성’ ‘석학이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닌다. 글로벌 시대 이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이어령 선생의 책을 통해 세계를 바라보며 지식과 지혜를 얻었다. 아날로그 시절 그의 책을 읽고 노트에 요약하면서 지식에 대한 욕구를 채운 이가 한 둘이 아니다.
 

1934년생인 그는 26세에 일간지 논설위원에 올랐고, 29세에 한국 문화론의 기치를 세운 기념비적인 책으로 평가받는 흙 속에 저 바람 속에를 출간했다. 컴퓨터의 보급과 빠른 인터넷망이 가능케 한 검색의 시대훨씬 이전에 어마어마한 정보와 냉철한 통찰력으로 문화를 견인해온 이어령 선생은 명실공이 이 시대 지성의 표상이다.
 

의문은 지성을 낳고 믿음은 영성을 낳는다역시 해박한 학식과 날카로운 진단으로 지성과 영성을 넓고 깊게 논한다. 이 책에는 특별히 문학으로 읽는 바이블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문학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이라면 성경을 꼽을 수밖에 없다. 수많은 작가가 성경의 스토리와 여러 이미지에서 영감을 받아 작품을 집필했다. 세계 최고의 베스트셀러인 성경은 여전히 문학 지망생들의 필독서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언어 속에도 성경이 녹아들어가 있다. 13일의 금요일, 솔로몬의 지혜, 300용사, 마태효과, 바벨론 강가에서 등등 셀 수 없을 정도이다.


이어령 선생은 서문에서 국문학 교수로서 학생들과 많은 문학작품들을 읽어왔다. 기호학으로 텍스트를 분석하는 방법도 가르쳐주었다문학으로 읽는 성경, 생활로 읽는 성경이라면 내가 거들 수 있는 작은 몫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서 이 책을 냈다고 밝혔다.


11년 전 세례를 받았으나 의문과 믿음의 문지방 사이에서 아직도 방황하고 있다고 고백한 그는 지성을 버려야만 영성에 도달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한다. 이어령 선생은 자신과 같이 문지방 위에 서 있는 많은 사람들, 특히 지식인들에게 꼭 읽히고 싶은 마음에서 집필했다는 소회를 밝혔다.


무엇보다도 의문에서 비롯된 지성에 많은 페이지를 할애해 읽는 재미와 함께 지식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도록 했다. 지성과 영성의 상관관계 속에서 갈등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다양한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기독교인이라면 독특한 해석을 맛볼 수 있을 테고, 일반 독자라면 폭넓은 지식을 습득하면서 문학으로서의 성경을 새롭게 만날 수 있다.


전체 21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챕터마다 한 가지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룬다. 단순한 단어 하나만 갖고도 어머 어마한 지식을 풀어놓으며 화려하게 연결하는 저자 특유의 글솜씨가 여지없이 펼쳐진다. 각 챕터마다 최고의 지성이 들려주는 지식의 양이 방대한 만큼, 그 재료들을 어떻게 연결하여 결론에 도달하는지 살펴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포인트 가운데 하나이다.


꽃이 밥 먹여주느냐파트에서는 영어 성경의 을 왜 우리는 으로 번역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빵이 아닌 밥을 먹는 우리나라의 특유의 문화를 배경으로 , , 이라는 단순한 구도가 풍부한 예문과 해석을 바탕으로 무궁무진하게 뻗어나간다.


예수의 세 번의 눈물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괴테가 말한 눈물과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의 함수관계, 인간과 짐승의 눈물 비교, 눈물의 성분, 감정적 눈물의 정의, 눈물이 사라진 시대에 대한 고찰, 송강 정철이 논한 눈물을 통해 눈물을 먼저 완벽히 이해하게 만드는 식이다.


성경에는 포도에 대한 비유가 많이 나오는데 일단 이솝 우화의 여우와 신포도에서 시작한다. 자기 합리화, 자기 위로, 자기 기만을 하워드의 신 포도 심리학, 에리히 케스트너의 현대판 포도 이야기로 유장하게 이어가다가 포도주에 도달한다.


성경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또한 동물에 대한 비유이다. 이 책에서는 제비, 비둘기, 까마귀, 독수리를 한 챕터씩 분류하여 세밀하게 분석한다. 그 가운데 까마귀에 대한 고찰 부분은 계속 웃음을 터트리며 읽게 된다. 대개의 새들이 일생의 80, 90 퍼센트를 먹잇감 구하기 위한 활동으로 소비하는데 반해 잡식성인 까마귀는 하루 한 시간만 돌아다녀도 충분히 배를 채운다고 한다. 시간이 많은 까마귀가 여러 사건을 일으켰고, 그로인해 불길한 새로 인식된 면이 있다는 것이다. 자고로 까마귀만큼 영특한 새가 없다는데 사람의 자동차를 이용해 호두를 까고 스키를 타며 여가까지 즐길 정도라고 하니 이제 매력적으로 바라봐야 할 새가 틀림없어 보인다.


이어령 선생은 문학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성경 가운데 최고의 수사학을 발휘하여 읽는 이의 가슴을 가장 아프게 하는 파트로 예레미야애가를 꼽았다. 고통에 몸부림칠 때 예레미야는 활을 당겨 나를 화살의 과녁으로 삼으심이여, 화살통의 화살들로 내 허리를 맞추셨도다라는 식의 수사학적 표현이 넘쳐난다. 아가서와 시편의 문학성을 최고로 꼽는 이들이 많았으나 이어령 선생이 추천하는 예레미야애가도 문학 지망생들이 관심을 가지면 좋을 듯하다.


정보의 홍수 속에 빠져 사는 만큼 글을 쓰는 이나 책을 읽는 이나 효율적인 선택과 자신만의 독특한 해석이 꼭 필요한 시대이다. 단순한 정보가 아닌 동서양, 고대와 현대를 넘나드는 저자의 해박한 지식을 우선 음미한 뒤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어떤 재료를 사용하는지 면밀히 검토하면 좋은 공부가 될 것이다. 그 지식에 대한 의문을 속에서 지성과 영성을 씨줄과 날줄로 촘촘히 엮은 만큼 챕터마다 완결되는 해석을 깊이 있게 살펴보면 통찰력을 기를 수 있다.


지식을 통해 지혜를 얻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알면 알수록 갈증이 나고 의문이 생기는 이들에게도 좋은 길잡이가 된다. 지성을 넘어 영성에도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 해법을 안길 게 분명하다. 또한 많은 정보와 지식을 잘 갈무리하여 지혜를 찾아내는 방법을 알고 싶은 이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책이다. 문학과 성경, 지성과 영성을 이 한 권의 책에서 음미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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