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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최보기의 기능성 책이라니!] 평양감사도 먹어야 산다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8-02-05
조회수 141



평양 감사도 먹어야 산다
글_최보기(북칼럼리스트)






『2018 대한민국 트렌드』/ 최인수 외 지음/ 한국경제신문 刊/ 2017
 
 

‘평양 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라지만 싫다고 그만일 수 없는 명백한 한 가지 일은 ‘먹는 것’이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지 않는가. 김훈 작가의 산문집 『밥벌이의 지겨움』이나 장편소설 『칼의 노래』를 읽은 독자라면 ‘끼니’의 간절함을 알 것이다. ‘끼니는 저축이 안 된다. 어제 먹은 끼니는 오늘 닥친 끼니 앞에서 무효다. 대출도 안 된다. 오직 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밥이 내 배를 채운다… …그러므로 이 세상의 근로감독관들아, 제발 인간을 향해서 열심히 일하라고 조져대지 말아달라. 이미 곤죽이 되도록 열심히 했다. 나는 밥벌이를 지겨워하는 모든 사람들의 친구가 되고 싶다. 친구들아, 밥벌이에는 아무 대책이 없다. 그러나 우리들의 목표는 끝끝내 밥벌이가 아니다. 이걸 잊지 말고 또다시 각자 핸드폰을 차고 거리로 나가서 꾸역꾸역 밥을 벌자. 무슨 도리 있겠는가? 아무 도리 없다.’며 김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것이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며 ‘책을 읽자’고 하면 ‘책에서 밥 나오냐?’며 일터로 달려가는 사람들이 많다. ‘책에서 밥이 나오지는 않지만 지식으로 무장하고, 영혼을 살찌우면 그것이 결국 밥으로 귀결된다’고 하기에는 오늘 저녁 끼니가 너무 가까이에 닥쳐 있다. 그래서 가끔 ‘밥 나오는 책’을 굳이 권하는 것이다. 책에서 당장 밥이 나오는 일 또한 독서의 중요한 덕목이니까.

 

대학 졸업 후 필자의 첫 직장은 1990년 입사했던 제철 회사였다. 이 회사의 서울 공장 관리부에 배치됐는데 사무실에는 286컴퓨터가 한 대 있었다. 처음으로 PC(퍼스널 컴퓨터)라는 괴물의 실체를 대하는 순간이었다. 40여 명이 근무했던 사무실에는 상고를 졸업한 여직원들이 주로 PC업무를 담당했다. 신입은 물론 대리나 과장들은 품의서나 기획서를 볼펜으로 작성했기에 PC를 쓸 일이 그다지 없었다. PC가 꼭 필요할 경우에는 여직원에게 부탁하거나 과거 방식대로 수기(手記)에 의존했다.

 

2년 후, 1조 원 매출의 건설회사로 이직했다. 팀은 모두 5명이었는데 역시 여직원 책상에만 PC가 있었다. 갑자기 회사에 사정이 생겼다. 이번에는 당시 정보통신(IT)분야의 선두그룹에 있던 회사로 옮겨갔다. 사업전략을 주로 담당하는 기획부였는데 사무실 한 켠의 PC실에 설치된 10대 정도의 PC를 부서원들이 공유하고 있었다. 그게 1993년이었다. PC의 P자도 몰랐기에 ‘생존’을 위해 ‘독수리 타법’을 벗어나는 키보드 연습부터 시작했다. 1년 후인 1994년 12월, 기획팀의 ‘1995 사업 계획서’에 ‘인터넷’이란 용어가 처음 등장했다. 아마 그 즈음 모든 직원들의 책상에 PC가 놓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바로 얼마 후 ‘넷스케이프’ ‘익스플로러’ 같은 신생 용어와 함께 접하게 된 인터넷은 신통했다. 이메일(E-mail)과 채팅용 팝업은 마법이었다. 팩스로 한 시간씩 보내거나 직접 배달을 나갔던 언론사 용 ‘보도자료’가 이메일 한 방으로 해결됐다. 물론 IT 전문 기자임에도 여전히 팩스로 보도자료를 보내 달라던 이도 있었다. 그는 얼마 안 돼 신문사를 떠났다. 젊은 모험가들이 ‘골드뱅크, 네띠앙, 싸이월드, 아이러브스쿨, 한메일, 네이버, 다음’ 같은 IT벤처기업 창업에 나섰지만 장년 세대들은 긴가민가했다.

 

그러던 인터넷이 어느 순간 범람했다. 완벽한 패러다임 쉬프트(Paradigm Shift)였다. 지표면 아래서 부글부글 끓던 용암이 임계점을 넘자 일시에 솟구쳐 지표를 덮는 것처럼 그렇게 인터넷은 수직으로 상승했다. 벤처투자광풍이 함께 불었다. 회사 이름에 ‘컴, 통, 텔’ 중 한 글자만 들어가면 투자가 몰려들었다. 코스닥 시장이 열렸고 벤처 갑부들 뉴스가 지면을 도배했다. 모든 이치가 그러하듯 몇 년 후 벤처 광풍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번엔 벤처 쪽박 기사가 줄을 이었다.

 

2018년 현재 ‘암호화폐(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이란 ‘용어’로 시끄럽다. 단어도 개념도 인터넷은 비교도 안 되게 어렵다. 블록체인(Block Chain)은 ‘기술이자 철학’인데 암호화폐는 블록체인으로 구현하는 여러 기술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한다. 솔직히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다만, 암호화폐의 미래는 어찌될 지 모르겠지만 ‘블록체인 기술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이상으로 우리를 덮칠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인터넷 초기 설마 저리 커질 줄 몰랐던 포털 왕국 네이버(Naver)나 구글(Google)처럼.

 

대개 100년 앞을 내다보는 사람은 ‘화형’을 당했다. 50년 앞을 내다보면 미쳤다는 소리를 들었다. 10년 정도 앞을 내다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10년이란 시간을 막연히 길게 생각한다. ‘내 살아서는 오지 않을 먼 미래’로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다. 당장 일본의 고령화 사회가 우리도 10년 안에 현실화될 것이라는 경고가 떠도, 30년 후면 거주민이 적어 소멸될 가능성이 높은 지방자치단체들 명단이 발표돼도 무덤덤할 뿐이다. 어쨌든 지금 당장의 변화가 아니니까!

 

최근 놀라운 여론조사 결과가 있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 10명 중 6명은 ‘북한과의 통일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의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도 10명 중 6명이 반대했고, 4명이 찬성했다. ‘통일을 하지 않거나 미루더라도 평화를 유지해야 한다’는 사람은 10명 중 9명인 반면 ‘전쟁을 감수하더라도 통일을 추진해야 한다’는 사람은 1명에 불과하다. 10명 중 7명은 ‘북한은 같은 민족이지만 다른 국가’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를 합창하던 시대와 지금의 여론이 이렇게 달라졌다. 정부가 이런 민심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대북정책을 입안한다면 당장 지지율 하락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것을 쉬운 말로 ‘변화에 적응한다’라고 한다.

 

『2018 대한민국 트렌드』는 당장 올해 우리에게 닥친, 닥칠 생활, 경제, 기술, 문화의 변화 추세를 다룬 책이다. 자영업을 하든, 은퇴가 예정됐든, 창업을 준비하든, 취업을 준비하든, 읽어서 손해 볼 하등의 이유가 없는 책이다. ‘변화에 적응하는’ 책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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