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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소설가 장마리의 독서지략] 따뜻한 소설가가 된다면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8-02-05
조회수 370



따뜻한 소설가가 된다면
글_장마리(소설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히가시노 게이고/ 현대문학 / 2012

 

마흔이 된 조카의 얼굴은 전보다 훨씬 못했다. 여자 나이 마흔이면 좋은 시절은 다 갔다고 흔히들 말한다. 하지만 요새 마흔은 어떠한 일을 시작하기에 결코 늦지 않은 것인지 모른다. 나뿐만 아니라 조카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작년 말에 내게 전화를 걸어 대학원을 다녀야겠다고 말하는 조카에게 선뜻 동의와 격려를 했다. 조카가 마흔이 다 된 나이에 대학원을 가야겠다고 한 이유가 글을 쓰겠다는, 작가가 되겠다는 이유라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야무지고 똑똑했던 조카는 가정 형편상 4년대 정규대학에 가지 못하고 전문대유아교육을 전공 후 곧바로 취업을 했다. 야무지고 똑똑하지만 말이 없고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조카가 왜 하필 유치원 선생이 되겠다고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 짐작이 갔기 때문이다. 조카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방송통신대 유아교육학과에 편입해 공부를 했고 대학 졸업장을 얻었다. 조카는 적성에 맞지 않는 생활을 못 견뎌 하기보다 정규대학을 다니지 못한 것에 자존심이 상해했다. 그럼에도 성실하게 직장 생활을 했기에 집안에 큰 도움이 됐다.
 

서른이 넘어서자 명절 때면 식구들은 조카에게 결혼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평소 말없는 조카는 대꾸가 없었다. 상을 차리며 내가 언니에게 물었다. 조카가 들을까봐 목소리를 죽이고 언니가 대답했다.
 

쟤가 시집을 안 가겠다는 소리는 안 하는데 어째 남자한테 큰 관심이 없는 것 같아. 아마도 지 아빠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인가 싶어.”
 

그 말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는 조카의 눈치를 보며 말꼬리를 숨겼다. 형부가 가장 노릇을 못하고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졌기 때문이다.
 

그런 조카가 대학원 공부를 하고 싶다고 해서 정규대학 출신이 아닌 것에 대해 자존심을 상해했기 때문에 그와 관련한 학과나 교육대학원을 가겠다는 말이려니 짐작하고 나는 쉽게 대답했던 것이다. 그런데 조카가 잠깐 만났으면 해서 동네 커피숍에서 자리를 했다. 조카의 말에 나는 당황했다.
 

이모, 나 글 쓰고 싶어. 그래서 문예창작학과 대학원에 가고 싶어.”
 

마흔이 다 된 조카가 결혼을 하겠다는 것도 아니었다. 지금껏 했던 밥벌이와 관련 있는 공부를 하겠다는 것도 아니었다. 뜬금없이 글을 쓰는 작가가 되겠다니…….
 

유치원 교사 일이 조카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은 진즉 알고 있었다. 그래서 신문이나 매스컴에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사고에 대한 보도가 나오면 조카를 떠올리곤 했다. 책임감 강한 조카는 적성에 맞는 일이 아니었지만 묵묵히 십팔 년 동안 일했다. 서로가 바쁘다는 핑계로 조카와 자주 만나지 못하고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 했지만 어릴 때부터 많이 예뻐했었다. 간혹 늦은 저녁에 문자 메시지나 술에 취해 턱없이 명랑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오면 왠지 가슴 한쪽을 얻어맞은 것처럼 아프게 느껴지기도 했다.
 

조카는 추리소설을 좋아했다. 일본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와 미야베 미유키에 대해 자주 말하곤 했다. 이모도 이런 작가처럼 작품을 쓰면 안 되겠느냐고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순수문학과 장르문학의 차이점에 대해 이야기를 했고 문학이란 아니 소설이란 삶의 그늘을 봐야한다며, 우리 삶이 해피 엔딩으로 끝나지 않듯 순수문학의 지향점이 그래야 한다는 식으로, 내 작품이 왜 그렇게 재미가 없는가에 대해, 내가 왜 유명한 작가가 못 되는가에 대한 변명을 늘어놓다가 마무리 지을 때가 많았다.
 

나는 이제야 문예창작학과 대학원에 가겠다는 조카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와 책꽂이 꽂혀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펼쳤다. 5년 전이었을 것이다. 생일 선물이라며 이모가 한번 읽어 봤으면 좋겠어, 라고 조카가 선물했지만 추리소설이라는 것에, 한 번도 눈여겨보지 않았다. 여러 매체에서 이 책에 대해 홍보하는 글을 보았지만 신경도 쓰지 않았다. 첫째 이유는 내가 추구하는 장르가 아니라는 것 때문이고, 너무 매체에서 홍보를 해대기 때문에 질투심이 작용하여 거부한 이유도 컸다. 너무도 유명한 책이라 줄거리 소개는 하지 않겠다.
 

이 책을 읽고 왜 조카가 이 책, 아니 히가시노 게이고를 좋아하는 지에 대한 의구심이 풀렸다. 나는 지금까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세 권 읽었다. 용의자 X의 헌신기린의 날개그리고 이 책인데, 히가시노 게이고는 현 사회의 문제점에서 사건 발달이 시작된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에게 공감을 얻는다. 조카에게 말했듯 소설이란 인간의 어두운 그늘을 보아야 한다고 했듯, 히가시노 게이고도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는 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것에서는 큰 차이점이 없었다.
 

또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추리 형식이라 몰입이 강하다는 장점이 있다. 사건이 꼬리를 물고 계속 확장되기 때문에 독자는 이야기에 몰입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마지막 결말에서 어쩌면 이 부분을 작가의식에 해당된다고, 주제라고도 말할 수 있겠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인간애를 바탕으로 끝난다. 즉 삶에 지친 독자라면 가슴이 훈훈한 감동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 삶이란 어렵고 힘들지만 그럼에도 살만하구나! 이런 느낌말이다. 그럼에도 단점을 말해본다면 사건 전개에 비중을 두기 때문에 묘사가 아닌 설명 위주의 글이라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사건 위주의 전개 때문에 지루함을 느끼지 않고 쭉 읽어나갈 수 있다. 나는 굳이 단점이라고 말했지만 그래서 장점이 아니겠느냐고 누가 말한다면 논의가 길어질 것이다.
 

조카가 명실공히 작가인 이모에게 이 책을 선물한 또 다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나미야 잡화점의 할아버지처럼 자신의 속마음을 내가 알아줬으면 하는 의도 때문이었을 것이다. 집안 형편 때문에 적성에도 맞지 않은 일을 선택해 십팔 년을 일했다. 마음에 맞는 남자를 만나지 못해 결혼을 안 했겠지만, 어쩌면 진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있기 때문에 결혼을 생각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미야 잡화점의 할아버지는 코흘리개의 장난스러운 상담 편지도 고민하고 고민하여 답장을 썼다. 자신이 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그 상담자들은 자신의 상담 내용에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 책임감 있는 상담자였던 것이다.
 

누가 내게 인생 상담 같은 것을 부탁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조카의 말을 듣고 고민에 빠졌다. 조카가 나를 선택한 이유는 자신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글을 쓰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하라고, 그래서 대학원에 입학하라고 말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전업작가가 되면 결혼도 하지 않은 조카가, 경제력을 도와주는 이가 없는 한, 먹고사는 일이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직업을 갖고 글을 쓰면 작가로서 역량을 발휘하기 어렵다. 그냥 글 쓰는 것이 좋아 페이스북이나 자신만의 공간에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문예창작학과 대학원을 진학하겠다는 것은 본격적으로 작가의 수업을 받아보겠다는 뜻이기에, 어쩌면 이제 십팔 년 동안 하던 일을 그만 두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에, 나미야 잡화점의 할아버지처럼 나는 심한 고민에 빠졌다. 나는 어떠한 대답도 해줄 수 없었다. 십 년 후 조카가 나보다 뛰어난 작가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지만 등단도 하지 못하고 마음에 상처만 입고 다시 적성에도 맞지 않는 일을 다시 선택하는 조카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등단을 했다고 해도 창작집 한권 내지 못해 더 큰 상처를 입는 모습은 더욱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는 순수문학만 고집하다가 이렇게 잊히는 작가가 될지 모른다. 그러나 조카는 장르소설가로 문단의 주목을 받는 작가로 대성할지 모른다. 히가시노 게이고를 좋아하는 만큼 조카도 자신의 어두운 그늘은 아랑곳하지 않고 따뜻한 인간애를 추구하는 결말을 그린다면 그렇게 될지 모르겠다. 조카가 너무 힘든 시간을 많이 겪지 말기를 바랄 뿐이다. 나미야 잡화점의 할아버지처럼 좋은 답변을 할 수 없어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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