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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소설가 이근미의 책 세상] 중국인의 일상세계를 알아야 중국이 보인다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8-02-06
조회수 194
중국인의 일상세계를 알아야 중국이 보인다
글_이근미(소설가)


『중국인의 일상세계』/김광억/세창출판사/2017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중국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G2, 13억 인구가 자산, 1억 명 부자의 싹쓸이 쇼핑을 거론하다가 거기서 더 들어가면 구체적인 얘기가 나오지 않는다. 중국에 관한 시각은 개인차가 매우 크다. 동양 인문학을 공부하고 중국 순례를 하는 우호적인 부류가 있는가 하면 국가의 명령에 발길을 딱 끊은 중국인의 단순함(?)에 반감을 표하는 이들이 있다.

 

중국은 어떤 나라이고 중국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정치적으로든 경제적으로도 우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중국은 세계 구도를 재편하며 빠르게 성장하는 중이다. 표피적으로 날아오는 실시간 뉴스만 갖고 중국을 재단하면 그들을 제대로 알 수 없다. 장구한 역사를 가진 중국을 정확히 파악하려면 56개 민족과 해외 화교 네트워크로 이루어진 민족과 문화의 복합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문화인류학적 해석과 중국인의 일상을 알아야만 중국이라는 나라가 확실히 보인다는 뜻이다.

 

『중국인의 일상세계』을 쓴 김광억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는 중국산둥대학 특임일급교수로 재직 중인 중국통이다. 오랫동안 문헌을 섭렵하고, 대만이나 홍콩을 방문하고, 화교에 대한 관찰로 중국 연구를 하다가 수교가 되기 전인 1990년 5월 조사 목적으로 체류를 허용받은 이래 지금까지 매년 3~4개월간 중국의 농촌을 돌며 현지 조사를 해왔다.

 

중국인들의 일상에 들어가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을 담은 만큼 이 책은 다른 인문학 책들과 달리 참고문헌이 전혀 없다. 참고문헌을 많이 표기하고 페이지마다 주석을 단 책을 읽으면 저자가 열심히 공부했다는 생각은 들지만 짜깁기에 약간의 생각을 가미한 거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이 책은 사회인류학 박사가 수십 년간 중국 곳곳을 발로 뛰면서 경험한 바를 전하는 만큼 싱싱한 내용과 명확한 해석으로 가득 차 있다. 풍부한 지식을 담은 인문학 서적에 날카로운 현실 감각을 가미한 덕에 읽는 재미와 함께 바로 지금 우리 곁의 중국을 인식할 수 있게 해준다.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 ‘인류학적 접근을 위하여’는 ‘종래의 시간과 공간의 틀을 초월한 사변적이고 지식 엘리트 중심의 인문학적 접근의 한계’를 논한다. 저자는 ‘삶의 현실을 이해하기 위하여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결합을 시도하고 일상세계에 대한 중층적 기술을 통한 새로운 방법론적 시각’으로 중국과 중국인을 바라보라고 권한다.

 

2장 ‘보통 사람 중심의 문화해석학’에서는 일상에서 ‘역사적 인식과 자기 영역의 공간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행위와 생활을 영위’해야 한다고 말한다. 경제적 이익과 권력에 대한 냉정한 합리적 계산 외에 ‘과거로부터 내려오는 경험과 기억, 자신과 자신의 세계를 규정짓는 관념과 생각의 틀을 함께 봐야’ 내가 제대로 보일 것이다.

 

3장 ‘중화: 그 상상과 현실’에서 저자는 중국을 ‘상상의 공동체’라고 규정한다. 구성 민족의 이질성, 문화의 다양성, 역사의 복합성, 인구와 영토의 거대함을 하나로 합치려면 중화(中華)라는 독특한 이념체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엄청난 규모의 중국을 뭉치게 하는 힘의 실체가 무엇인지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

 

4장 ‘가(家)ㆍ족(族)ㆍ향(鄕)ㆍ국(國)’를 읽으면 사회주의 국가체제하에서 중국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사유재산을 갖지 못해 금에 탐닉하는 중국인들이 국가의 명령 앞에서 일사분란 해지는 심정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5장 ‘물질세계와 정신세계’에서는 중국인의 감정과 도덕체계 가치관, 인간관의 특징을 엿볼 수 있다. 사회주의 국가지만 종교와 민간신앙의 전통이 깔려있는 일상을 들여다보면 중국에 대한 이해가 빨라질 것이다. 이 책은 ‘중국인의 이해’라는 강좌를 보완하여 집필했는데 6장에서는 저자와 토론자들과의 대화를 담고 있다. 토론을 통해 남은 궁금증을 풀 수 있다.

 

6장까지 충실히 읽고 에필로그 ‘새로운 시작을 위한 마무리’를 접하면 한숨과 함께 이 책을 중국관련 정책입안자와 사업가들에게 선물하고 싶어질 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의 중국 붐은 ‘중국어를 배워 취업을 하거나 중국 소비시장을 파고드는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는 차원에서의 열기’였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가 여러 기업이 많은 손해를 보고 철수하지 않았는가. 중국에 진출할 때 ‘깊고 객관적인 이해를 통하여 호혜적이고 함께 살아가는 이웃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는지, ‘단편적이고 단기적이며 감정에 의해 성급한 접근’을 하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저자는 중국을 ‘한류로 대표되는 우리 문화상품의 일방적인 소비시장으로 보는 좁은 안목을 벗어나야 한다’고 권한다.

 

우리가 중국의 노동력과 생산력의 어머어마한 잠재력을 간과한 사이 서구의 많은 나라들은 ‘중국이 중심이 되는 동아시아 시대의 부상을 직시하고 소위 태평양 중심의 새로운 세계질서에 참여하는 작업’을 오래 전부터 시작했다. 오바마 정부와 후진타오 정부 사이에 전문가 양성계획이 세워지고 미국에서 중국 전문가 1만 명 양성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우리가 중국을 소비시장으로만 바라보고 중국 학생들을 대학에 유치하여 단기적인 수익을 올리는데 급급한 사이, 미국의 젊은 인재들이 중국의 유수대학과 연구소에 대거 진출하여 바야흐로 미국과 중국 중심의 세계질서를 이끌 힘을 키우는 중이다.

 

세계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명분론과 원칙론에 천착하는 우리 옆에서 실리 혹은 실용성을 중시하는 중국이 점점 더 거대해지는 중이다. 조선의 유학자들이 주자학을 절대시하여 거기에 머물러 있는 동안 중국 지식계는 양명학, 고증학, 실학 등으로 거듭났다. ‘강력한 집단적 항의와 저항과 도전을 따지는’ 우리와 ‘상대적으로 관후하고 낙천적이며 개인적으로 실용을 추구’하는 중국을 『중국인의 일상세계』를 통해 비교해보면 많은 생각이 떠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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