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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소설가 장마리의 독서지략] 추리기법의 소설 『블라인드』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8-10-29
조회수 246

 

추리기법의 소설 블라인드



글_장마리(소설가)





블라인드, 도서출판 바람꽃, 20181012일 초판 1
 

 

 

한 편의 작품을 써서 세상에 내놓기까지 작가는 얼마나 많은 시간과 공력이 필요한 것일까? 물론 작가의 역량과 작품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적확한 수치나 기준을 댈 수는 없다. 그러나 평균 2년의 시간은 필요한 것 같다. 2년은 짧은 시간에 해당하는 것일 수도 있다. 3, 4…… 아예 습작품으로 묻혀 사라지는 수가 더 많다. 선인세를 받고 책을 출간하는 무라카미 하루키도 한 권의 책을 내고, 다음 책을 출간하는 데는 대략 2년의 공백이 있다.

내가 장편소설 블라인드의 초고를 쓴 것이 201512월에서 20161월까지 45일간, ‘21세기 문학관의 입주 작가로 들어가서였다. 그 후 개작과 퇴고를 거쳐 201810월에 출간을 했다. 도서출판 바람꽃 편집장이 한국출판산업진흥원의 출판공모사업에 응모하자는 제의가 없었으면 이 작품은 아직도 내 습작품 파일에 남아 있었을 것이다. 내가 문운이 아주 없지는 않는 듯하다.

그렇다면 작가들은 대체로 작품의 소재를 어떻게 얻을까? 작가마다 작품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이 작품을 쓰게 된 계기, 그러니까 작품의 착상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3년 전 <익산여성의전화>의 손인숙 소장이 중장년층 여성들을 위한 치유적 글쓰기강의 청탁을 해왔다.(그 인연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때 내 강의에 참여 했던 이들이 문학 동아리를 만들었다. 그 동아리 이름은 마고의 이야기 공작소이다. 즉 문학을 좋아하는 여성들이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에 만나 2시간 동안 문학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헤어진다. 그 모임의 선생질을 내가 한다. 진행 방법은 함께 이야기를 나눌 책(, 소설)을 선정해 주고 그에 대한 발제문을 써오게 한 후 토론의 시간을 갖는다. 또한 습작품(, 산문, 짧은소설)을 한 편씩 써와 발표한다. 합평의 시간이 되면 냉정한 쓴 소리보다는 글쓴이의 마음을 헤아리고 공감하려고 한다. 이들과 오랜 시간 함께 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문장이 서툴러도 전달하려는 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같이 눈물을 훌쩍이며 괜찮다고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들에게 이 시간은 치유의 시간인 것이다. 사회의 약자인 여성으로 살면서 겪어야 했던 시간과 이야기를 함께 하면서 치유가 되었던 것이다. 나 또한 소설을 쓰게 된 일이 그리고 업으로 하는 이유가 치유성 때문일 것이다.

대학원 학기 때 문학치료와 관련된 논문 등을 찾아 읽고 그에 대한 문학작품을 통한 문학의 효용성에 대해 발표를 하는 수업이 있었다. 논문에 거론된 작품들은 대체로 가 많았고 서사문학은 얼마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내가 선택한 텍스트는 김경욱의 <위험한 독서>였다. 독서를 통한 치유의 이야기가 배경이다. 나도 그러한 소설을 쓰고 싶었다. 문학의 효용성? 그러나 듣기만 해도 진부하고 지루한 단어가 아닐 수 없었다. 이러한 주제를 전면에 드러나게 하면 소설로서 가치를 잃을 수도 있었다. 전개방식을 고민했다. 인간의 내면세계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 선과 악에 대한 이야기를 건드리되, 독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형식(기법)이 무엇일까? 추리적 기법을 이용한 이유이다.

출간이 다가오자 걱정과 부끄러움이 앞섰다. 장편이라 작품해설을 싣지 않기 때문에 작가 의도가 드러나지 않으면 어쩌나? 부끄러움은 추천사로 가려보기로 했다.

 

장마리 씨는 자기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꾸짖고 채찍질하는 작가이다. 모범작문 같은 창작집 선셋 블루스에서 드러나는 간결한 문체와 적확한 표현, 치밀한 구성 등을 볼라치면 그가 그동안 작가로서 얼마나 자신을 들볶고 학대해 왔는가를 어렵잖게 짐작할 수 있다.

그가 드디어 첫 장편소설 블라인드를 완성했다. 작품을 통해 작가는 문학의 효용성과 블라인드에 가져진 듯 당최 선악을 종잡을 수 없는 인간의 내면세계에 대해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비극 속의 불우한 인생을 다룬다는 점에서 전작들과 맥을 같이하면서도 이번 장편은 특히 추리적 기법을 활용해 흥미와 궁금증을 배가한다는 점이 단연 돋보인다. 작중 화자인 의 친동생이 당한 의문사를 결말 아닌 서두 부분에 앞당겨 제시한 다음 끔찍한 죽음을 둘러싼 의혹의 중층구조를 낱낱이 파헤쳐 나가는 과정에서 수많은 질문을 던짐과 동시에 독자들 스스로 대답을 찾도록 유도하는 그 기법 말이다.

첫 장편을 세상에 선보일 당시 내가 느꼈던 감격과 성취감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기에 나는 블라인드출간에 아낌없는 성원을 보낸다.

-윤흥길(소설가,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장마리 작가가 블라인드라는 제목을 쓴 건 말할 나위도 없이 우리 자신의 맹목, 곧 눈이 먼 상태를 지적하는 듯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도대체 무엇에, 무슨 일 때문에 눈이 가려진 채로 살았다는 얘기일까? 지금껏 빼어나게 깔끔한 단편으로 일가를 이뤄가던 장마리 작가가 새롭게 선보이는 장편소설 블라인드는 우리가 세상에 대해 얼마나 무지몽매했는지를, 또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삶의 어지러운 조건들이 얼마나 심히 현재진행형으로 들끓고 있는지를 비극적인 어느 한 가족사를 통해 일깨워주고 있다.

이러한 각성을 전해주기 위해 장마리 작가가 도입한 추리 기법의 스토리텔링은 다가갈수록, 빠져들수록 아프면서도 현란하다.

-이병천(소설가, 사단법인 혼불문학상 이사장)

 

노벨문학상 수상자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는 문학은 인간이 발명한 것 중에서 불행에 대처하는 가장 훌륭한 수단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문학의 치유성에 대한 말일 것이다. ‘치유치료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의료적인 관점에서 보는 견해이고, 본질적으로 그것이 가능할 것인가? 그 질문으로 쓴 작품이 블라인드라고 할 수 있다.

바이칼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주인공 경은은 대학생 커플 살인에 대해 알게 된다.

 

이게 뭐야? 칼로 눈을 도려내고 심장을 찌르다? 허이, 지금 한국은 이 사건이 실시간 검색 일위구나.”

우리와 나란히 앉아 있던 창가 쪽 선생도 덧붙였다.

같은 반 학생으로 동거했던 여대생이 남자 친구를 살해하다, 이유는 사랑했기 때문에…… 이게, 그 이야기인가?”

나는 그대로 잠이 들었다. 오랜만에 꿀잠을 잤다.

인천 국제공함에 도착했다고 음악선생이 나를 깨웠다. 그와 함께 게이트를 빠져나오는데 낯선 남자가 다가왔다.

이경은 씨가 맞습니까?”

나는 주춤했고 음악선생이 나 대신 누구세요? 라고 물었다. 형사라고 대답한 낯선 남자는 내게 다시 물었다.

이경민이 동생 맞죠?”(본문25~26)

 

동생의 죽음으로 실의에 빠져 있는 경은에게 옛 남자친구, 십 오년 전에 헤어진 남자친구 가 찾아와 동생의 죽음을 추적하라고 부추긴다. 경은은 동생의 죽음을 추적하면서 동생을 죽인 살인자가 미나가 아니라, 동생이 자살한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그렇다면 동생은 왜, 그렇게 끔찍하게 자살을 했고, 미나는 왜 동생을 죽이지도 않았으면서 죽였다고 했으며, 이십여 년의 징역을 살겠다고 했을까?

불행의 씨앗은 바로 내가 가장 사랑했던 부모, 내가 믿었던 아버지로부터였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님을,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어지러운 조건들이 얼마나 현재진행형으로 들끓고 있는지에 대해 말하고 싶었는데, 이병천 선생님이 내 마음을 정확히 읽었다.

작가의 말로 이번 독서칼럼을 마치고자 한다.

 

어떤 자리에서 지인이 내게 물었다. 가운이 뭐냐고. 가훈? 아직도 드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 있어? 이렇게 물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 지인은 가족이나 자식이라는 단어를 최고로 두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래서 대답했다. 불광불급(不狂不及)이요. 가훈과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였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 지인은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다.

책상 위에 이 단어가 붙어 있다. 하지만 매번 소설에 미쳐 살 수는 없었다. 어딘가에서 해찰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다시 한 번 미쳐보라고 기회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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