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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소설가 이근미의 책 세상] 나는 인간답게 살고 있을까?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8-10-30
조회수 153

 

나는 인간답게 살고 있을까?

글_이근미(소설가)




 


 

인간도리 인간됨을 묻다
한정주 지음/ 아날로그 펴냄/ 20189월 발간


 

인간의 도리, 인간됨을 알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됨이란 어떤 것일까, 나는 인간답게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우리를 따라 다닐 때 과연 어디서 답을 찾아야 할까. 사람마다 자신만의 캐논이 있을 텐데 인간도리 인간됨을 묻다의 한정주 저자는 그 해답을 한자에서 찾았다. 1990년부터 논어 맹자 한비자 노자 장자 같은 제자백가와 사기 자치통감 같은 역사서 100여권을 공부한 그는 한자를 오래 대하다 보니 한자 구성원리나 형성과정을 통해 세상사와 인간사를 바라보게 되었다고 한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사회에 동양고전의 열기가 뜨거워졌다. 통섭의 바람이 불면서 동양학을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기업들이 나오는가하면 유수의 대학원에 개설된 동양학 인문강좌는 고가의 수업료에도 불구하고 입학이 쉽지 않다. 학교 밖에서 동양고전을 배우는 열기도 뜨겁다. 젊은층에서 제2외국어로 중국어를 택하는 것과 별도로 기성세대의 한자 공부와 고전탐구는 이미 트렌드가 되었다. 특히 중장년 리더들의 동양고전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고전을 읽으면 그 시대 사람들의 고민이 보이고, 역사는 반복되기에 우리 시대의 인간과 권력을 해석하는 통찰력이 생긴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이다. 한자를 익혀 원전을 직접 읽으면 문맥의 행간과 맥락의 의미를 알 수 있고, 원작자의 생각이나 사고를 해석하다보면 자신만의 사상과 철학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한자 공부를 시작하거나 동양고전을 접하는 일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능통하진 않더라도 영어는 오랜 기간 접해왔지만 한자가 우리 주변에서 사라진지 꽤 되었기 때문이다. 한자로 새로운 세상을 열고 싶다면 이 책을 동반자로 삼으면 좋을 듯하다. 한자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수준이라면 인간도리를 주제로 한 길을 연결하는 이 책에서 또다른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이다.

 

한자 관련 책들 가운데 사자성어나 유명 문장을 풀이하는 류가 많은데 인간도리 인간됨을 묻다는 한자를 한 글자씩 소개하며 다채로운 동양고전과 해박한 해석을 풀어놓는 형식이다. 인간도리를 유장하게 풀어나가는 행보를 따라가다 보면 한자의 무한한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된다. 60개의 한자를 네 가지 주제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안하무인격으로 행동하는 사람들, 이기적인 사람들을 1,2부에서 분석한 뒤 3,4부에 고민과 질문과 성찰, 더불어 사는 삶을 들어 인간됨의 해법을 제시한다. 깊은 뜻과 넓게 퍼지는 지식의 파장을 접하면 한자의 힘이 어디까지 뻗어갈지 궁금해진다.

 

아무래도 가장 관심이 가는 글자는 교만할 교()였다. 가장 조심해야 할 것으로 교육받은 이들이 많을 것이다. 교만할 는 말마()와 높을 교()를 합쳐 만든 글자로 말을 타고 높은 데에서 세상과 사람들을 내려다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횡사를 당한 사람들은 대부분 교만했기 때문이라는 으스스한 제시와 함께 정조시대에 문예부흥을 일으킨 성대중의 저서 청성잡기가 소개하는 환공과 항우의 몰락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들을 망하게 한 자만심과 오만함은 교만한 마음이라는 동일한 뿌리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저자는 결구에 교만함은 성공을 이루기 전에도 경계해야 하지만 성공을 이룬 이후에는 더욱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라는 경각심을 안긴다.

 

이 책의 차례만 읽어도 깨달음을 얻을 정도로 60개 한자의 뜻 하나하나가 마음에 박힌다.

 

부끄러울 치(), 부끄러운 마음이 없는 자를 어찌 사람이라 부를 수 있겠는가?

돈 전(), 돈을 잘 다루면 의로움이 깊어지고 함부로 하면 사람이 멀어진다.

욕보일 욕(), 베풀며 모욕하는 것이 베풀지 않는 것만 못하다.

용서할 서(), 내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은 남에게도 강요하지 말라.

충성 충(), 충성이란 맹목적 따름이 아닌 진실로 마음을 다하는 것.

들을 청(), 잘 듣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 뉴스를 접할 때면 용서할 서()와 너그러울 관()에 담긴 뜻을 성찰한다는 저자가 결국 우리들에게 당부하는 것은 관용과 용서이다. 관용은 다른 사람을 너그럽게 받아들여 이해하는 것이고, 용서는 단순히 봐주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상대방의 마음을 내 마음과 같게 하는 일이다. 용서의 는 같을 여()와 마음 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결국 관용과 용서는 남이 나와 다르다는 걸 인정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더불어 살 수 있다는 걸 우리에게 전한다.

 

저자는 서문에서 아직 삶의 답은커녕 방향조차 찾지 못해 고민하고 질문하고 성찰하는 한 고전 연구가의 에세이 정도로 읽어주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밝혔는데 이 책은 인간도리는 이런 것이다라고 규정하는 대신 스스로에게 질문하며 생각하게 만든다. 바쁘고 각박한 세상이다. 마땅히 쉴 곳을 찾는 일도 쉽지 않다. 마음이라도 잠시 누이고 싶을 때 이 책을 꺼내면 좋을 것이다. 옆에 두고 되풀이해서 읽으며 한자를 통해 인간도리를 묻다보면 어느 순간 인간다움의 길이 보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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