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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소설가 장마리의 독서지략] 당신과 나 사이에 거리는?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8-12-03
조회수 110

 

당신과 나 사이에 거리는?



글_장마리(소설가)




 

『당신과 나 사이』 김혜남 저 | 메이븐 | 2018년 01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연예를 해서 이십 대 초반에 결혼을 한 J가 있다. J의 남편, K는 당시 대학생이었는데 학교를 열심히 다니는 학구파가 아니었다. 머리를 길게 기르고 나팔바지에 통기타를 들고 다니며 음악다방에서 약간 쉰 목소리로 호텔 캘리포니아를 부르는 뮤지션이었다. K가 노래를 부를 때면 J는 깍지 낀 양손을 가슴에 붙이고 눈을 떼지 못했다. 친구들은 조용필과 전영록을 좋아했지만 J는 텔레비전 속 그들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K는 음악다방에 가면 볼 수 있는 현실적 인물이었기에 더 끌렸는지 모른다.

K가 노래를 마치면 같이 커피를 마시며(커피의 쓴 맛을 없애기 위해 J는 설탕을 듬뿍 넣었다) 얘기를 나눌 때면 세상 부러울 게 없었다. K는 대학생인데다 얼굴까지 잘 생겼기 때문에 음악다방에는 J말고도 또래 여자애들이 K를 보기 위해 모여 들었다. 특히 아무개 집안이라고 하면 다 아는 꽤 좋은 집안의 아들(장남이 아닌 둘째 아들)이라는 것에서 여자들에게 더 인기가 많았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뱃속에 아기가 생기고 만삭의 몸이 되어 결혼을 했다.

마켓을 운영하면서 정신없이 살았다. 어느 새 귀밑에 흰머리가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 둘은 모두 아빠의 끼를 물려받아 예능 쪽에 관심이 있었다. 큰 아이는 미술을 전공했고 작은 아이는 연예인(CF와 단막극에 간간이 출연한다)이 되었다. 이 정도면 잘 살았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작년이맘 때 K의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

JK와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시댁의 가족주의적 성향과 분위기 때문이었다. 크고 작은 경조사는 물론이고 가족들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과 애정을 보여야 하는 분위기가 조금은 무관심하게 또는 분방하게 자란 J에게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하루 종일 붙어 있어야 하는 마켓의 특성 때문에 굳이 참여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라면 피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K의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된 시댁의 다섯 형제들은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걸어왔다. 처음에는 일일이 K의 병원 진료와 경과에 대해 얘기하고 그들을 안심시키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좋은 말도 한두 번이지,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고 있으려니 마치 K의 병이 자신 때문에 생긴 게 아닐까? 아니 혹시 가족들은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닐까? 그런 자책이 들기도 했다. K도 전 같지 않게 허둥거리며 불길한 소리를 일삼았다. “여보, 나 괜찮아! 걱정 마! 이까짓 거 이겨낼 수 있어!” 이렇게 위로라도 해주면 좋으련만 전전긍긍하는 남편의 모습이 예전에 내가 사랑했던 그 남자가 맞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다행히 시댁 식구들의 관심과 보살핌으로 좋은 병원과 의사의 진료 덕분에 완쾌되어 가고 있었다.

그런데 J가 요새 시도 때도 없이 한숨을 내쉬고 눈물을 쏟는다는 것이었다. 곁에 있는 것만으로 행복했던 K가 건강 때문에 집에서 빈둥거리게 되자 이제는 보기 싫어졌다. 세상이 온통 혼자인 듯, 아니 가슴에 커다랗게 구멍이 뚫린 듯, 공허감과 허탈감에 살 수가 없었다. 남들은 팔자 좋은 여자들이 앓는 병이라고 쉽게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서 누구에게 자신의 속 마음을 털어 놓을 수도 없었다. 어쩌면 K의 병보다 J의 병이 더 깊은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 생각나는 책이 있었다. 정신분석 전문의 김혜남이 쓴 당신과 나 사이라는 책이었다.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80만 독자의 마음을 움직인 정신분석 전문의 김혜남이 가족, 연인, 친구, 직장 동료 등 관계의 문제로 힘겨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10년 만에 펴낸 인간관계에 대한 책이기 때문이다. 관계의 유형을 거리에 따라 가족·연인과 나(20cm)’, ‘친구와 나(46cm)’, ‘회사 사람과 나(1.2m)’로 나누고, 최적의 거리를 유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책이다.
모든 문제의 90퍼센트는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기 때문이다. 소중한 사람들을 아끼는 마음에 그를 뜻대로 휘두르려고 하고, 그의 잘못된 점은 고쳐 주려고 하고, 그의 문제를 시시콜콜 해결해 주려고 든다. 그러다가 마음대로 관계가 안 풀리면 이 꼴, 저 꼴 보기 싫다며 아예 관계를 끊어 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게 관계를 단절하면 마음의 상처만 남을 뿐이다. 더군다나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관계라면 어쩌겠는가?
저자는 적절하게 거리를 둘 수 있으면 관계를 단절할 필요도 없고, 상대를 향한 복수심을 키울 필요도 없어진다고 이야기하면서 오히려 상대를 미워하는 마음에서 빠져나와 홀가분해짐으로써 비로소 편안함을 되찾게 된다고 조언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일정한 거리를 둔다는 것은 불필요한 적대적 상황을 피하고, 상대방에게 휘둘리지 않음으로써 감정적인 소모를 줄이는 현명한 선택이라고 이야기한다. 소중한 사람들과 후회 없는 인생을 살아가게 해 주는 관계의 기술을 우리에게 일깨워준다고 하겠다.

어찌 보면 J가 위와 같은 관계 유지법을 모르는 게 아닐 것이다. 단지 그 관계에 속해 있다 보면 당신이라는 거리유지가 잘 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거리두기라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그럴 때면 점검 차원에서 이러한 책을 일단 읽어 보고, 이러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조금 위안을 얻을 수 있다. 즉 너 참 잘 살았어, 라며 안고 등을 토닥토닥이면 그녀는 눈물을 콸콸 쏟을 지도 모른다.

문제는 JJ의 이야기를 건넨 지인이 내가 말한 이 책을 읽을 것인가이다. 요새 내 주위에는 책을 읽지 않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즉 자기계발서가 아니면 읽지 않는다. 이런 틈바구니에서 살다 보니 숨이 턱턱 막힌다. 어쩌면 이 책은 내가 막힌 숨통을 좀 트이고 싶어서 고른 책이 아닐까 싶다. 특히 저자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적당한 거리를 무시하고 자꾸 간섭하고 자기 스타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말에 나는 밑줄을 두 개나 그었다. 특히 남편과 아내 사이에도 20센티미터의 거리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남편과 아내 사이에 꼭 필요한 5가지가 있다고 한다. 잔소리 같지만 이곳에 언급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서로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말 것

아버지에게 사랑을 받지 못하고 성장한 여성은, 남편에게서 받지 못한 사랑을 보상받으려는 심리가 있다고 한다. 이에 남편은 아버지가 아니라고 말하며 남편의 사랑과 아버지의 사랑은 애초에 다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둘째는 그럼에도 비난하지 말 것

결혼 생활을 가장 불행하게 만드는 원인을 조사한 결과, 첫째가 배우자를 비난하는 것이라고 한다. 다른 심리학자도 결혼 생활을 파괴하는 요소 중 하나가 비난이라고 했다. 즉 상대의 약점을 건드리는 비난의 말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셋째는 서로가 여자남자라는 사실을 잊지 말 것

오래 살다 보면 못 볼 것도 보고 또는 보여주기도 한다. 볼썽사나운 게으름이나 뻔뻔함을 포장하는 변명을 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지속하고 싶다면 상대방을 남자로 혹은 여자로 바라볼 수 있도록, 최대한 설렘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한다.

넷째는 새로움의 힘은 세다

결혼 생활을 오래 지속시키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실험을 했는데, A그룹에게는 일주일에 한 번씩 영화 관람 같은 익숙하면서도 즐거운 일을 하게 했고, B그룹에게는 같이 춤을 추거나 콘서트에 가는 등 일상적이지 않은 일을 하게 했으며, C그룹에게는 평소대로 생활하게 했다. 10주가 지난 후에 살펴보니 B그룹, 즉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활동을 한 부부의 결혼 만족도가 다른 부부들에 비해 현저히 높았다고 한다. 익숙해진다는 것에 우리는 주의를 해야 할 것 같다.

다섯째는 가장 중요한 사람은 바로 임을 잊지 말 것

내 인생은 남편이 대신 살아주지 못하는 것처럼, 내 행복 또한 남편이 만들어 줄 수 있는 게 아니다,는 것이다. 즉 남편에게는 나를 행복하게 만들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오로지 나 자신이다,며 그 반대로 나에게는 남편을 행복하게 만들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밑줄을 그은 또 다른 것은 쳅터1, 사람 사이에 거리가 필요한 이유 : ‘제일 가까운 사람들이 가장 큰 상처를 준다이다. 즉 아무리 답답하고 속이 터져도 사랑하는 사람에겐 바꿀 수 없는 부분이 있게 마련이다. 그럴 때는 그 부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것을 억지로 고치려고 해 봐야 고쳐지지 않을뿐더러 서로 상처만 입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라는 내용이다.

사람 사이에는 정말로 거리두기가 필요한 것 같다. 직장은 직장대로, 가정은 가정대로. 어쩌면 가족주의라는 말로 시댁 식구들이 J를 마음대로 휘두르고 있었던 것은 아닐지, 아니면 그 반대로 J가 욕심껏 그 가족을 마음대로 할 수 없어 생긴 병이 아닌지, 생각해 볼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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