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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최보기의 이런 기능성 책이라니] 독서는 ‘돈’이 되는가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8-12-03
조회수 122



독서는 '돈'이 되는가

글_최보기(작가, 북칼럼니스트)





『리더의 서재에서』 윤승용 저 | 21세기 북스 | 2015년 06월
 
 
 

소설이나 시 같은 문학에 몰입할 것도 아닌 일반인들에게까지 ‘글쓰기’가 중요해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기획서, 보고서, 자기소개서부터 대입 논술과 SNS에 글 쓰는 요령까지 이름 좀 알려진 글쓰기 강사는 365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옛 것을 익혀 새로운 것을 안다)은 아직 녹슬지 않은 바, 옛 어른들은 글쓰기의 비결로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을 꼽았다. ‘많이 읽고, 많이 써보고, 많이 생각하라’는 것이다. 다독, 다작은 간단한데 다상량은 개념이 넓다. 단순한 생각을 넘어 어떤 글을 쓰기 위한 관찰, 학습, 탐구, 사색 등이 모두 다상량이다. 글쓰기는 이 세 가지가 삼위일체로 반죽이 돼 뽑아져 나오는 가래떡 한 줄이다. 잘 쓰기의 요령을 체득하기 위해 글쓰기 지침서인 상허 이태준의 ‘문장강화’를 소개했던 것인데 ‘독서’ 또한 지침서 못지 않게 글쓰기의 필수 조건이다.

 

‘변신’의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는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그 책을 왜 읽어야 하는가? 책이란 우리 안에 꽁꽁 얼어붙은 바다를 깨뜨리는 도끼“란 명언을 남겼다. 독서는 지금까지 인식해왔던 세계의 굴레를 깨부수는 도구이며, 또 도구로 써야 한다는 뜻이다. ‘사람들이 저보고 작가라네요’(2018. 북바이북)의 박균호 저자는 글쓰기 이전에 지독한 애서가이자 책벌레로 살아온 인생을 ‘독서만담’(2017. 북바이북)을 비롯해 여러 권의 책으로 엮어냈다. 다독, 부지런히 책을 읽다 보니 글이 터지는 경우의 전형이 박균호 저자이다. 독서는 교양 시민의 조건, 고정관념을 깨는 도끼를 넘어 좋은 글 쓰기의 기본까지 갖추게 하는 전가의 보도임이 분명한데 당연할 말을 이리 길게 하자니 진부하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시카고 대학의 ‘The Great Book Program (Chicago Plan)’ 이야기를 아니할 수 없다. 20세기 초반까지 그저 그런 대학이었던 시카고 대학의 총장으로 부임한 30세의 허친스가 재학생들이 인문고전 100권을 읽지 않으면 졸업을 시키지 않는 제도를 실시한 결과 이후 노벨상 수상자들이 쏟아지는 명문대학으로 우뚝 서게 됐다는 것이 시카고 플랜의 팩트(fact)다. 굳이 오래된 미국의 사례가 아니더라도 사회적 명사(?)의 독서 편력을 다룬 ‘홍길동의 서재’ 같은 책은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꾸준히 출판된다.

 

그중 윤승용 남서울대 총장이 쓴 ‘리더의 서재에서’ (2015. 21세기북스)는 ‘책이 도끼’가 됐던 ‘대한민국 대표 리더 34명의 책과 인생’을 다룬 독서 지침서다. 저자가 만난 34명의 리더 중 단연 돋보이는 사람은 김윤주 전 군포시장이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중학교 진학을 못하게 됐던 그는 읍내에 있었던 외삼촌 서점에서 일손을 도우며 서가의 책을 모조리 읽는 것으로 한을 삭였다. 서점의 모든 책을 독파하자 소년에게는 세상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지평과 희망의 창이 열렸다. 책은 도끼였고, 책에 길이 있었고, 책이 그를 시장으로 만들었다. 그런 명사들이 ‘김윤주 시장’뿐일까? 최소한 ‘33명’이 더 있다. 이들은 이름만 대도 ‘아, 이사람’ 할 사람도 있고, 관할구역에서는 대가이나 일반인에게는 낯선 이도 있다.

 

“여기 소개한 연부역강(年富力强)한 주인공들 역시 이덕무나 김득신에 못지않은 간서치가 많았다. 하지만 이분들 역시 독서와 경영 혹은 독서와 경세 등 다양한 분야에서 멀티 태스킹을 훌륭하게 해내는 남다른 노력을 경주했음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인터뷰를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도 바로 이것이다. 그들은 한결같이 책과 인문학을 생활의 일부로 반려하면서도 세상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동시에 아우르는 열정과 부지런함을 겸비하고 있었다.”

 

‘리더의 서재’ 서문에 밝힌 저자의 말이다. ‘흐르는 강물처럼’의 저자 파울로 코엘료는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유리시즈’를 극찬하는 작가들이 많다. 그런데 그들 중 많은 이들이 실제로는 그 책을 읽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동양권에서 ‘삼국지’가 그렇듯이 읽지 않았지만 그 책 정도는 읽었다고 해야, 아주 좋다고 해야 체면이 서는 촌극은 늘 있는 일이다. 동서양을 망라해 그런 책 중 하나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다. 조르바라는 사내를 잘 몰랐던 필자는 ‘리더의 서재에서’를 읽은 후 조르바 매니아가 됐다.

 

‘리더의 서재에서’가 다룬 리더들 중 절반 가까운 이들이 인상 깊게 읽었다는 책 목록에 ‘그리스인 조르바’가 들어있었다. 그리스 신화의 대가 유재원 박사와 김상근 연세대 신과대 교수가 대표적이다. 심지어 김상근 교수는 “20대에 읽었던 최고의 책으로 자유로운 인간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를 일깨워주었다. 책을 읽다가 숨이 가쁠 정도로 가슴이 벅차올라, 연세대학교 야구장에 가서 무작정 뛰었던 기억이 난다”고까지 했다.

 

도대체 어떤 책이기에 그렇게까지? 독서욕이 폭발했다. 더구나 명배우 앤소니 퀸이 주연한 영화 ‘희랍인 조르바’를 본 처지에서 더욱 그랬다. 그러나 막상 책을 읽으니 도대체 뭐가 그리 대단하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끈기를 갖고 정독을 했는데 ‘김상근’ 같은 ‘필’이 오지 않았다. 오기로 3번까지 읽었다. 책은 색연필과 빨간 펜 투성이가 됐다. 그제서야 감히 신과 대결하는 인간 조르바의 자유의지가 읽혔다. 동양 철학자 최진석이 ‘인간의 무늬’ (2013. 소나무)에서 ‘우리는 나를 가두는 감옥, 오직 나의 욕망에 집중하라’는 외침이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라는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명과 합일이 됐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그리스인 조르바’가 필자에게 도끼였다면 ‘리더의 서재에서’는 그 도끼를 찾게 해준 네비게이션이었다. ‘책에 길이 있고, 책에서 밥 나온다’는 확신도 갖게 해주었다. 어디 밥만 나오겠는가? “책에는 희망, 꿈, 지혜, 미래까지 모든 것이 들어있다”는 것이 김윤주 전 군포 시장의 신앙이다. ‘한 권의 책이 사람을 바꾸고, 세상을 바꾼다’는 말을 ‘콩으로 메주 쓴다’는 말처럼 굳게 믿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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