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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학교도서관 옆에서 만난 책과 사람] 이제는 ‘즐거운 불편함’을!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9-01-02
조회수 206


이제는 '즐거운 불편함'을!

글_황왕용(사서교사)




『세상은 보이지 않는 끊으로 연결되어 있다』
최원형 저  | 샘터 | 2016년 12월 05일
 
 
 

아빠, 오늘 미세먼지 보여줘.”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인 딸이 아침에 일어나서 하는 질문이다.

오늘 매우 나쁨인데, 마스크 쓰고 가야겠다.”

안 돼, 오늘도 중간놀이 못 하겠네. 나쁜 미세먼지! 근데 미세먼지는 왜 생기는 거야?”

... 차에서 나오는 방귀, 우리가 전기를 쓴다고 만드는 일에서 생기고, 중국에서도 오는 거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

그럼 우리가 차를 안 타면 되는 거네?”

그런가? 얼른 아침 먹고 학교에 가야겠다.”

딸아이의 말에 대답하지 못하고 말을 돌린다.

 

내가 어릴 적 이런 대화를 나눠본 기억이 없다. 어떻게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되었을까? 세상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의 저자 최원형 씨는 인간보다 자본과 물질이 제일의 가치인 시대에 살면서 인간의 이기심과 욕심은 날로 커진 점에 기인했다고 분석한다. 또한 기술의 진보로 인해 즐거운 불편함을 없애고 불행한 편리함이 가져온 결과로 본다. 예를 들면, 비질로 청소를 할 때 진공청소기의 소음이 없어 음악을 감상할 수 있고, 무념무상의 상태로 비질을 하는 등 즐거운 불편함이 있지만, 진공청소기로 사용으로 비질의 기회와 환경을 잃는 불행한 편리함을 겪는 일을 말한다.

 

저자는 물건의 인과관계를 통해 환경 문제에 대해 재미있는 접근을 시도한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나무젓가락, 플라스틱 생수병, 에어컨, 자동차, 낙엽, 콘센트 등의 모습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전한다. 어떤 방식으로 우리에게 전달되는지 보이지 않는 물, 석유, 이산화탄소 등의 이야기는 환경에 무관심한 나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었다.

플라스틱 생수병 하나를 만드는데 필요한 석유의 양은 125밀리미터가 필요하고, 잘 만들어진 콘센트를 연결하여 전기를 쓰는 순간 화력발전, 원자력 발전 등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늘리게 된다는 점은 새롭고 재미있는 서술이다. 이런 색다른 시선은 이론적으로 알고 있지만, 직관적으로 떠올리지 못한 것들을 떠올리게 함으로써 매일 하는 자연스럽고 불필요한 행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한다. 나무젓가락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평균 10분을 사용하기 위해 20년을 살던 나무를 잘라 나무젓가락을 만든다. 게다가 제조과정에 쓰이는 약품들은 질병을 유발하고, 매해 중국에서만 2천만 그루가 넘는 나무가 잘려나가고 있어 사막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침묵의 봄,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등의 책에서 보여준 환경 문제의 인과관계에 대한 서술 방식을 보여주면서도 새롭고 쉬운 내용을 담고 있어서 청소년에게도 쉽게 읽힐 수 있는 책이다.

 

또한 모든 것은 다른 모든 것들과 연결되어 있어 나와 연결된 타자를 생각하는 마음을 주지시킨다. 지구라는 하나의 시스템에서 인위적으로 벌인 일들은 결국 우리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006년 꿀벌의 25%가량이 사라지는 일이 벌어졌는데, 꽃가루받이 역할을 하는 꿀벌이 사라지자 양봉업자뿐만 아니라 농부, 나아가 인간의 존재 자체에 위협을 가하는 일이 벌어졌다. 꿀벌이 사라진 원인은 농작물의 수확에 해를 끼치는 곤충을 잡기 위해 개발된 네오니코티노이드라는 저독성 농약 때문이었다.

가 존재해야 존재함을 안다는 것을 부단히도 강조한 저자는 아래와 같은 예시로 증명한다.

 

크릴새우의 먹이는 빙하의 아랫부분에서 삽니다. 그런데 빙하가 줄어드니 조류의 양도 줄어들었고, 이를 먹이로 삼는 크릴새우가, 또 크릴새우를 먹는 아델리펭귄의 수도 줄어들었습니다. 아델리펭귄의 알을 먹고 사는 도둑갈매기도 영향을 받게 되었고요. 나아가 도둑갈매기 배설물은 남극의 육상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모든 것이 다 영향을 받게 된 거지요. (46)

 

인간을 중심으로 이야기하지 않고, 인간과 자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서 시작한다고 여기는 순간, 모든 생명과 연결된 존재라는 인식에 도달한다. 자연스럽게 우리는 덜 소비하고, 덜 남기며, 덜 편리하게, 덜 욕심내며 사는 삶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눈에 띈다. 지나치게 환경과 생태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편리함에 물들어 있는 인간에게 하나하나 단계 없이 갑자기 도약하라는 듯 다그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자동차로 죽은 사람의 숫자에 대해 언급하며 편리함과 혜택보다 잃는 것이 많다는 점을 강조한다. 장미 한 송이를 키우는 물의 양은 대략 10리터, 커피 한 잔을 마시는데 필요한 물은 2리터 페트병으로 70병이라는 경고는 지나친 해석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생산 과정에서부터 생각해본다면 충분히 납득할만한 이야기다. 다만 저자의 논리대로라면 쌀을 생산하기 위해 드는 물의 양은 훨씬 더 많으리라 생각된다. 그렇다면 쌀의 소비도 줄여야 할까?

저자는 우리가 마신 커피와 우리가 사랑했던 장미꽃 등에 대한 삶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물 부족의 재앙과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며 미래를 대비하자고 한다. 의도하는 바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겠으나, 책에 몰입하는 중에 방해가 되는 요소처럼 느껴진다. 심지어 커피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자는 저자가 다른 챕터에서는 즐겨 마시는 커피가 있다고 하니 잠깐 책의 앞을 다시 살펴봐야 했다. 다시 생각하면 편리함과 익숙함이 지나친 탐욕임을, 자연에 해를 끼친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기존의 틀에서 빠져나와 서로 연결된 존재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일들이 저자마저 쉽지 않은 일임을 뜻하는 것으로 생각해본다.

 

책을 덮고 나면 환경과 생태를 이해하고, 다른 생명들과 연결된 존재임을 인식한다. 같은 시대를 사는 생명들뿐만 아니라 미래세대와도 연결되어 있음을 인식할 때 우리는 건강히 숨 쉬고, 먹고,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진다.

우리 딸이 커서 자녀를 낳고 초등학생이 되면 미세먼지 말고 어떤 이야기를 하며 지낼까? “아빠, 산소 샀어? 오늘 산소 가격은 얼마야?”가 아니길 바라며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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