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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소설가 이근미의 책 세상] 『당선, 합격, 계급』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9-01-30
조회수 230

 

당선,합격,계급

글_이근미(소설가)

 
 


 

『당선, 합격, 계급』 장강명 저  | 민음사 | 2018년 05월 04일

 

 
 

 우리들은 날마다 경쟁에 시달리고 있다. ‘빨리빨리를 외치며 숨 가쁜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지금 이 시각에도 청년들은 각종 공채시험을 준비하느라 촌각을 아끼며 달리고, 예비 작가들은 공모전 응모를 앞두고 고독한 시간을 보내며 자신과 싸우고 있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믄 우리나라 공채제도는 과연 어떤 득과 실이 있을까. 모두가 궁금했지만 속 시원히 파 헤쳐 주는 이가 없었는데 문학공모전에서 다관왕을 차지한 장강명 작가가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그는 표백으로 한겨레문학상, 열광금지, 에바로드로 수림문학상, 댓글부대로 제주4·3평화문학상과 오늘의작가상,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으로 문학동네작가상을 받은 뒤 문학공모전의 기원과 선발 메커니즘, 영향력탐험에 나섰다. 자신의 뿌리 찾기를 하면서 공모전을 준비하는 작가지망생들이 궁금해 하는 것과 오해하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단다.


삼성그룹 공채 42기로 직장생활을 한 데다 11년간 동아일보 기자로 활동하였고, 4권의 장편소설이 문학상을 통과하였으며, 작가가 된 이후 두 번의 장편공모전 심사에 참여한 그는 그야말로 당선과 합격을 논하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이 단순히 문학공모전만 거론했다면 여러 사람에게 권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문학공모전과 공채제도가 공통점이 있다는데 착안하여 이 책을 기획했다는데 이 취재를 통해 보려고 하는 것은 한국사회였다. 공채라는 특이한 제도, 간판에 대한 집착, 서열 문화, 그리고 기회를 주기 위해 기획된 시스템이 어떻게 새로운 좌절을 낳게 됐는지에 대해 쓰고 싶었다고 취지를 밝혔다.


2년 동안 문학공모전과 각종 공채, 영화감독의 길, 로스쿨 등 다양한 경쟁 현장을 발로 뛰며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하고 치밀하게 분석하여 446페이지에 담았다. 그런 만큼 공모와 공채를 통한 한국인의 특성과 인간의 본성, 사회 시스템에 관한 연구 등 생각할 포인트가 많다는 게 이 책의 특징이다.


공모전과 공채제도는 옛날 과거시험으로 연결되는 대단히 한국적인 제도이다. 작가는 책에서 거액이 걸린 장편소설공모전을 이렇게 많이,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나라는 달리 들어본 적이 없다. 정부나 기업, 공공기관이 대규모 동시 시험을 통해 신입 사원을 뽑는 나라도 드물다고 기술했다.


과거제도는 민주주의보다 900년 먼저, 고려 광종 때 도입되었다. 작가는 과거제도의 폐해를 사회적 낭비가 심했다. 정작 필요한 인재를 뽑지 못했다. 사회의 창조적 역동성을 막았다로 요약했다. 21세기 공채제도가 과거제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는 작가는 공모나 공채는 공정하고, 신뢰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로 인해 새로운 계급이 형성되면서 일률적인 잣대로 인한 여러 부작용이 생긴다고 우려했다. ‘괴짜 천재를 선발할 수 없다는 태생적 한계에 갇힌 공채제도로 인해 유능하고 창의적인 인재를 놓치는 일이 가장 큰 손실이라는 것이다. 작가는 나름의 대책을 제시하면서 앞으로 이 제도에 대한 공론화가 이뤄지길 원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이 책은 각 파트를 세밀하게 구분하되 자신이 읽고 싶은 분야만 읽으면 되도록 편집해놓았다. 문학공모를 준비하는 이들, 특히 장편소설 공모에 뜻이 있는 분들에게 도움되는 정보와 분석이 많이 담겨있다. 공모제도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도 있지만 유명 문예지의 수장들이 한 명의 뛰어난 소설 천재를 발굴할 수 있다면 그 비용은 거액이 들어도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니 예비 작가들은 전복적 상상력을 발휘하여 엄청나게 치밀하고 놀랄만한 작품만 준비하면 될 듯하다. 다만 현 공모제도 아래서는 예심심사위원의 기호에 따라 좋은 작품이 빛을 못 볼 수도 있고, 다양한 독자들의 기호에 맞는 작품을 선발하기 힘든 면이 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요즘 종이책 판매가 몹시 저조하다고 푸념을 했으나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나마 소설가는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비 영화감독들이 온갖 고생을 다 하고도 입봉하기 힘든 것과 반대로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되기만 하면 소설가는 곧바로 책을 손에 쥘 수 있기 때문이다. 출판사들이 심사위원들에게 전권을 맡겨 당선작을 선정하게 한 뒤 상업성을 고려하지 않고 바로 출간해준다는 건 실로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1995년부터 장편소설 공모가 늘어나면서 거액의 상금을 내건 문학상도 다투어 생겼다. 너무 상이 많아지면서 문학상을 받아도 판매가 안 되자 상금도 줄고 상도 많이 없어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고액 상금을 내건 장편소설 공모전이 9개에 달한다. 장강명 작가는 공모전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지레 좌절하지 말자. 여러 곳에 다 내자. 대신 한 편으로 몇 년씩 응모하지 말자. 본질에 집중하자. 스타일을 바꾸지 말자. 장점으로 승부하자. 제목과 맞춤법에 신경쓰자는 다섯 가지 주제 이래 자세하게 부연설명을 해놓았다.


여러 단점과 부작용이 있다 하더라도 공모와 공채는 피나는 노력을 일시에 보상받으며 새로운 관문을 떳떳하게 통과한다는 매력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노하우도 익히고 여러 개선책도 생각해보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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