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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최보기의 이런 기능성 책이라니] 치유 하는 독서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9-03-06
조회수 180



치유 하는 독서

글_최보기(작가, 북칼럼니스트)






『아이가 잠들면 서재로 숨었다』 김슬기 저 | 웨일북 | 2018년 06월
 
 
 

드라마, 영화, 연극, 소설, 책 무엇이라도 해피엔딩이 좋다. 김슬기 저자의 ‘아이가 잠들면 서재로 숨었다’ 책은 우울하게 시작하지만 결말은 무척 행복하게 끝난다. 소설 ‘변신’, ‘시골의사’로 유명한 체코 출신 실존주의 작가 프란츠 카프카는 “모름지기 책은 우리 안의 꽁꽁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며 독서의 진정한 의미와 목적을 설파했다. 책을 읽음으로써 잘못됐거나 틀린 생각과 지식, 틀에 갇힌 고정관념 등에서 벗어나야 독서의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의도적으로 독서 목표를 세우고 연간 약 161권의 책을 읽고 블로그에 독서일기를 써왔던 ‘엄마이자 주부’ 김슬기 씨가 그것을 통해 깨달은 바는 ‘책은,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거울이 되었다’는 것이다. 카프카의 권고를 벗어나지 않는다. 그녀는 왜 그리 간절하게 책을 읽으려 했고, 독서일기를 쓰려고 했고, 출판에 이르게 됐을까?

프리랜서 직장인이었던 그녀는 몇 년의 열애 끝에 결혼을 하게 됐고, 첫 아이를 출산하게 됐다. 출산은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그녀 말을 빌리자면 ‘인생은 출산 전과 출산 후로 나뉜다. 결혼이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사하는 공간이동이라면 출산은 지구에서 화성으로 가는 행성이동에 해당’할 만큼 충격적이었다. 직장을 중단하고 ‘독박육아’를 하던 13평 집은 달콤한 신혼의 보금자리가 아니라 감옥이었다. 아이는 생후 50일부터 시작된 영아산통으로 만 24개월이 될 때까지 엄마의 밤잠을 방해했다. 산후 우울증이 찾아왔다. 그 증세는 ‘실로 복잡’했다. 젊음, 건강, 직장, 동료, 사회적 네트워크, 계획, 미래 등을 통째로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의 습격도 그 중 하나였다.

위기의 순간에 그녀에게 홀연히 한 권의 책이 찾아왔으니 브레네 브라운의 심리서 ‘나는 왜 내 편이 아닌가’였다. 자신을 부정하고 비하하기 여념이 없던 저자에게 브라운은 ‘너는, 지금 모습 그대로 아름다운 존재’임을 자각시켰다. 이 대목에서 같은 맥락의 동양 고전 한 권이 불현듯 떠오른다. ‘장자, 너는 자연 그대로 아름답다’(양승권 지음. 한길사 펴냄)는 책이다. 젊은 엄마는 책을 통해 인간은 누구나 그 자체로 아름다운 존재임을 자각했다. ‘나는 세상에서 제일 형편없는 엄마,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이라며 그때까지 자신을 옭아매고 있던 ‘수치심’을 내던졌다. 자신을 비하하기 바빴던 어제와 이별을 했고, ‘should be…~해야 한다’며 강박하던 남의 시선과 평가를 집어 던져버렸다. 책은 그렇게 우연의 탈을 쓴 운명으로 저자의 등을 희망의 등불 쪽으로 떠밀어 줬다. ‘영혼의 미술관’ 저자 알랭드 보통의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을 읽다가는 ‘아기보다는 일반 가전제품이 더 상세한 취급설명서와 함께 온다’는 문장 앞에서 무릎을 치는 유쾌함을 얻게 됐다. 독서는 저자가 저자 자신에게 한없이 너그러워지는 것을 허락했고, ‘내일의 문제는 내일의 나에게. 오늘을 충실하게!’ 살려는 여유도 생겼다. 청결 결벽증에서 벗어나 ‘좀 더럽게 살기’로 하고 매일의 청소시간 1시간을 절약하자 1년에 365시간의 독서시간이 확보됐다.

다시 몇 권의 책이 저자를 찾아왔다. 나탈리 골드버그의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구원으로서의 글쓰기’, ‘글 쓰며 사는 삶’이었다. 골드버그는 ‘(글을 쓰고 싶으면) 사람들과 자신에게 내가 작가라고 말하기를 주저하지 말라’고 했고, 김슬기 씨는 글쓰기를 사랑하고 소망하는 자신의 열망을 확인했다. 그래도 ‘애 딸린 아줌마가 뭘 해?’라며 주저할 때 ‘모지스 할머니,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리다’는 책이 찾아왔다. 모지스는 75세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곧바로 블로그를 개설했고 독서일기를 쓰기 시작했는데 ‘180만뷰’를 기록하는 파워 블로거가 됐다. 그럴수록 독서의 목표와 효과는 더욱 굳건해졌다.

기왕에 욕심을 내 1년 100권을 목표로 1주일에 한 번 모이는 독서모임을 동네 엄마들과 꾸렸는데 가장 설레며 기다리는 날이 그날이었다. 나중에는 온라인 독서모임도 꾸리게 됐다. 그렇게 읽은 책을 12월에 결산해보니 ‘총류/철학 26권, 사회 27권, 역사 7권, 과학 14권, 예술/언어 6권, 한국문학 48권, 외국문학 33권 등 모두 161권이었다. 필자 역시 서평 쓰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동양철학자 최진석의 ‘인간이 그리는 무늬’, ‘탁월한 사유의 시선’을 저자 역시 읽으면서 ‘흐릿해진 내 이름 세 글자의 존재감을 지키는 도구’가 철학임을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아이가 잠들면 서재로 숨었다’에서 저자 김슬기 씨가 거론하는 책 중에는 필자가 서평을 썼던 책들도 꽤 많다.

그 사이 지방에 직장이 있던 남편과 주말부부로 지내며 남편으로부터 멀어지던 즈음 가정을 위해 남편이 사표를 내고 집 부근에 편의점을 열었다. 남편이 함께 하는 가정이 좋아 편의점 일을 거들었다. 그때 찾아온 친정 아버지의 ‘우리 딸이 이런 일을 할 줄은 몰랐네’란 말이 가슴에 꽂혔다. ‘이런 일’이란 돌멩이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수시로 날아들었다. 그 돌멩이를 피하게 해준 사람은 뮈리엘 바르베리의 소설 ‘고슴도치의 우아함’의 주인공 르네, 동화 ‘꽃들에게 희망을’에 나오는 기둥을 오르는 애벌레들이었다. 남이 오르니까 아무 생각 없이 아무 것도 없는 기둥을 오르는 애벌레들을 읽자 ‘이런 일’에 상처받기는커녕 ‘적게 벌고 맞춰 쓰는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의 삶을 즐기게 됐다.

결국 어떤 문제든 답은 책에 있었다. 자신만의 육아법을 놓고 아이를 이렇게 키워도 되는지 걱정이 됐을 때 안소영의 ‘시인 동주’, 손연자의 ‘마사코의 질문’, 매리언 울프의 ‘책 읽는 뇌’, 신성욱의 ‘조급한 부모가 아이 뇌를 망친다’, 고미숙의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같은 책들이 길을 제시했다. 칼 세이건의 719쪽짜리 벽돌 책 ‘코스모스’는 우주의 역사를 물어보는 아이의 질문에 대답하는 엄마를 만들었고, 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하는 남자’는 신비롭고 경이로운 자신의 몸을 깨닫게 해주었다. ‘장준하’를 알지도 못했던 저자는 ‘돌베개’, ‘장준하, 묻지 못한 진실’, 슈테판 츠바이크의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 E.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읽으며 점차 사회와 정치에도 눈을 뜨게 됐다.

그리하여 저자는 독자들에게 권고한다. ‘나아지지 않는 세상이 막막할 때 서재에서 나무를 심으라’고. 그것을 위하여 ‘독서모임, 블로그, 정치에 관심 갖기’라는 3가지 실천적 방법론을 힌트로 제시하면서. 사족이지만 필자 역시 이렇게 정성 들여 써온 서평들을 모아 ‘독한시간’(모아북스 펴냄)이란 신간을 최근 출판했는데 스스로 자기 책 서평을 쓸 수가 없다. 스님 제 머리 깎기 참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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