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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명자의 엉뚱한 고전읽기] 자나 깨나 말조심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9-03-06
조회수 111


자나 깨나 말조심


글_명로진(작가)



『명심보감』 이한우 저 | 해냄 | 2017년 10월

 

사람을 만날 때는 장차 말을 10분의 3만 말하고

진짜 속마음을 전부 털어 놓아서는 안 된다.

호랑이 세 마리의 입을 두려워 말고

오직 사람의 두 개의 모습을 가진 마음을 두려워하라.

입은 사람을 상하게 하는 도끼요, 말은 혀를 베는 칼이니

입을 막고 혀를 깊숙이 감추면 몸이 편안해져 가는 곳마다 견고할 것이다.

-이한우 지음, [명심보감] 언어 편
 

영화 [대부]에 보면 이런 장면이 있다. 대부 비토 코를레오네는 새로운 사업 영역에 마약을 포함할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변호사, 큰 아들 소니를 대동하고 마약 사업의 1인자인 솔로조의 방문을 받는다. 솔로조는 마약 사업 유통망을 쥐고 있고 비토는 경찰과 정치인에 인맥이 있다. 솔로조는 비토가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서 법적으로 자신을 보호해주면 앞으로 벌어들일 마약 수입의 30%를 지분으로 주겠다고 말한다. 비토가 선투자금 1백만 달러를 내는 것과 함께.

비토는 거절한다. “내게는 정치인 친구가 많지만 마약 사업에 손을 댔다는 것이 알려지면 그들은 계속 친구로 남지 않을 것.”이라면서. 당시 비토의 주된 사업은 라스베거스를 중심으로 한 합법적 도박 비즈니스였다. 솔로조는 만약 불안하다면 자신과 가까운 타탈리아 패밀리(뉴욕의 조폭조직)가 보증할 수 있다며 다시 비토를 설득하는데 이때 성질 급한 비토의 큰 아들 소니가 주제넘게 끼어든다. 타탈리아 패밀리와 비토 패밀리는 라이벌이기 때문이다. 좀 길지만 이 장면을 살펴보자.

비토:(솔로조의 말을 자르며) 먹고 살기 위해서 무슨 짓을 하건 상관없소, 나도 이해하오. 하지만 당신의 사업은...약간 위험하오.

솔로조: 만약 초기 투자금 1백만 달러가 걱정된다면, 타탈리아 패밀리가 보증을 설 수도 있습니다.

이 말이 소니를 자극한다.

소니:(폭발한다) , 당신 말은, 타탈리아 패밀리가 우리 투자금에 대해서 보증을...

비토가 손을 들어 소니의 말을 막는다.

비토:(말을 자르며) 잠깐만.

방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방금 소니가 선을 넘었다는 것을 안다. 비토가 소니를 노려본다. 클레멘자(비토의 부하), 하겐(비토의 변호사), 솔로조가 눈을 깜빡인다.

비토: 내가 자식들에 대해서만은 감정적으로 조금 약해져서...보시다시피 녀석들을 제대로 키우지 못했소. 경청해야 될 순간에 떠든단 말이지. 하지만 시뇨레 솔로조, “라고 한 나의 대답은 확정적이오. 당신의 새로운 사업이 잘 되기를 빌겠소. 당신은 잘 해낼 거요. 다행히도, 당신의 사업은 내 사업과 부딪힐 일도 없소. 고맙소.

솔로조는 분명히 거절당했다는 것을 인식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가 일어서자 다른 사람들도 일어선다. 솔로조는 비토에게 고개를 숙이며 악수를 나누고 떠난다. 모든 사람들이 나가자 비토는 소니에게 돌아선다.

비토: 산티노, 이리 와라. (따귀를 때린다) 너 도대체 왜 그래? 다시는 패밀리 밖의 그 누구에게도 네 생각을 발설하지 말거라. 절대로! 나가봐.

(마리오 푸조-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지음, 심산 옮김, [대부 시나리오 노트])

나는 [대부]를 여러 번 봤는데 이 장면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아들이라도 함부로 끼어들면 맞는다. [대부][명심보감]은 신기하게도 말에 대한 통찰에서 비슷한 점이 있다. [명심보감] 성심 편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굳이 찾아와서 남들의 시비를 전달해 주는 사람이 곧 시빗거리를 일으키는 장본인이다.(이한우 옮김)

[대부]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대부 비토 코를레오네가 나이가 들어 더 이상 조직 관리를 하기 어렵게 되자, 자신의 대부 자리를 막내아들 마이클에게 물려주게 됐다. 대부의 빛나는 신, 저택의 정원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와인을 마시며 대화를 나눈다. 이때 코를레오네 패밀리는 타탈리아, 바르지니 등 뉴욕의 다른 폭력 조직의 성장으로 위협을 느낀다. 죽고 죽이는 복수를 끝내기로 맹약을 했지만 그것은 깡패의 약속일 뿐, 언제 어디서 비토나 마이클이 죽임을 당할지 모른다. 이런 와중에 패밀리 간의 합종연횡이 모색되고 있으나 비토는 절대 다른 조직을 믿지 말고 우리 조직 내부의 사람도 경계하라.”며 아들에게 주의를 준다.

비토: 바르지니가 먼저 치려고 나오겠지. 네가 전적으로 신뢰하는 누군가를 통해서 만나자고 연락이 올 거야. 네 안전을 보장한다면서 말이야. 그 만남에 나가면 너는 죽게 돼...(중략)

누가 배신할지 몰라... 잘 들어라, 바르지니의 전갈을 가지고 온 놈, 그게 누구든 그놈이 바로 배신자다. 절대로 이걸 잊으면 안 돼.

마음을 밝혀주는 보배로운 거울이라는 뜻의 [명심보감]은 고려 충렬왕 때 문신 추적 秋適이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려시대 말기부터 천자문을 뗀 아동들은 [동몽선습]과 함께 이 책을 읽었다. [명심보감]에는 말조심하라는 경구가 많다. 다음은 말 때문에 실수를 저지를 수 있는 모든 이가 늘 가슴에 새겨야 할 명문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은 도리어 그 자신을 상하게 한다. 피를 머금고서 다른 사람에게 뿜으면 자신의 입이 먼저 더러워진다.

드라큘라가 되기 싫거든 언제 어디서나 입을 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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