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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학교도서관 옆에서 만난 책과 사람] 과학이 일상이 되는 풍경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9-03-06
조회수 107


과학이 일상이 되는 풍경

글_황왕용(사서교사)





『똑똑 과학씨, 들어가도 될까요?』 마티 조프슨 저/홍주연 역 | 자음과모음 | 2018년 08월
 
 
 
 책을 읽을 때 항상 표지부터 읽는다. 표지를 읽고 책날개에 있는 작가 소개를 읽고, 목차와 서문, 본문을 읽는다. 이 책의 백미는 책날개다. 고글을 이마까지 올리고, 장난꾸러기 같은 얼굴을 한 저자의 사진은 이 책이 과학이라는 주제와는 다르게 상당히 흥미로울 것이라는 인상을 준다. ‘신나게 웃다 보면 과학이 내 손안에 쏙 들어온다!’고 표현된 문구는 책을 덮으면서 생각보다 웃기지 않아 갸우뚱하게 만들기는 하지만, 유머 코드의 차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초등학교 교실에는 손을 들고 질문하는 친구들이 많지만, 학년이 오를수록 팔이 무거워져서인지 질문의 숫자는 줄어드는 추세다. 중학교, 고등학교에 가면 호기심 가득한 질문을 하는 친구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호기심 가득한 질문은 대답하기도 어렵고, 수업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해서 가급적 지양하도록 하는 교육적 정서의 반영이 아닐까 생각한다.

 <똑똑 과학 씨, 들어가도 될까요?>는 일상에서 궁금했던, 그러나 점점 잊혀져가는 근본적인 호기심 가득한 질문에 대한 대답이 들어있다. 차를 흘리지 않고 따르는 법, 배수구로 빠지는 물의 방향, 샴푸와 린스의 화학적 반응, 창문에 서린 김 없애기, 부메랑이 돌아오게 하는 법, 나무 그늘이 시원한 이유 등 60개의 내용을 과학적으로 해석하여 알기 쉽게 풀어냈다. ‘우와, 아빠 이건 왜 그래?’ 하는 어린 아이의 목소리에 친절하고 똑똑한 과학자 아저씨가 대답하는 느낌이 든다.

 몇 년 전 딸과 함께 우연히 빵집에 들렀다. 갓 나온 소보로 빵을 게 눈 감추듯 먹는 딸의 모습에 아내 생각이 나서 몇 개를 포장해서 신선도 유지를 위해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아내는 빵이 특별히 맛있지 않다며 몇 입 먹고 남겼다. 맛있게 먹었던 딸도 아내와 같은 반응이었다. 딸은 아빠가 오면서 빵을 바꿔치기 한 거라며 아빠를 추궁했다. 갓 나온 빵이 맛있다는 결론적인 답변만 내놓은 채 딸을 충분히 이해시키지 못했다.

 빵 안의 수분이 증발하고, 부드럽고 맛있게 만든 전분이 천천히 결정 형태로 돌아가서 딱딱해지고 맛이 없어진다고 몇 년이 지난 지금 마티 조프슨의 책에서 과학적인 답을 얻는다. 중요한 점은 이런 과정을 노화라고 하는데 노화의 속도가 영하 8도에서 영상 8도 사이에서 급격히 빨라진다는 점이다. 빵의 신선함을 위해 냉장고에 넣는 것은 빵이 노화되는 지름길인 셈이다. 빵의 저장기간을 늘리려면 냉동실을 이용하면 된다. 전분이 노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먹기 전에 오븐에 데우면 맛 좋은 빵을 먹을 수 있다는 과학적 지식을 단 네 페이지에 설명해두었다.

 나는 어젯밤에 어떤 꿈을 꾸었을까? 아침에 일어나면 기억날 듯 기억하지 못하는 게 꿈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어려서는 꿈을 기억하지만 지금은 별로 꿈을 기억하지 못한다. 꿈의 과학은 1935, 너새니얼 클라이트먼과 그의 제자 유진 아세린스키가 잠의 두 가지 유형을 발견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가장 얕게 잠들어있는 렘수면 단계에서 깨어나면 꿈을 기억할 확률이 높아지는데, 필자는 요즘 깊은 비-렘수면 단계에서 잠을 자는 듯하다. 하지만 야식을 많이 먹고 자면 소화에 문제가 생겨 렘수면 도중에 잠에서 깨기 쉽고, 그러는 과정에 꿈을 기억하게 될 뿐이다.

 마티 조프슨은 정확하지 않은 것은 모른다고 답을 한다. 매일 밤 꿈을 꾸면서도 아침에 기억을 못하는 것에 대한 해답은 없다고 하면서 실험 과정의 불완전성을 지적하기도 하는 솔직하고 당돌한 과학자다. 그래서 이 책이 더욱 신뢰가 가면서 재미있게 느껴진다.

 책은 여섯 가지 큰 범주로 나누어 어렵고 딱딱하게만 느껴지는 과학의 문을 일상을 향해 활짝 열게 만든다. 사람마다 관심사가 다르기에 목차가 참 중요한 책이다. 음식 속에 숨겨진 과학, 가전제품과 주방용품, 집 안팎에서 보고 느낄 수 있는 놀라움, 인간 신체에 대해 탐구, 우리 주변에서 느끼는 궁금증, 정원이나 자연에서 보이는 과학 등 여섯 가지로 크게 대분류하고 그 안에서 7~14개의 우리가 한 번쯤 궁금했던, 또는 궁금해질 만한 내용으로 책 곳곳을 가득 채웠다.

 가끔씩 나오는 어려운 과학 용어는 책을 어렵게 느낄 수 있게 만들기도 하지만, 저자의 위트와 평소 소주제에 대한 호기심은 화학적 용어의 어색함을 상쇄시키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평소 땀 냄새가 많아 고민이 많은 사람 중 하나다. 그런데 마티 조프슨은 땀에는 냄새가 없다고 말한다. 우리 몸에는 에크린 땀샘과 아포크린 땀샘이 있는데 에크린 땀샘은 전혀 냄새와 관련이 없다고 한다. 겨드랑이와 사타구니 등 묘한 위치에 있는 아포크린 땀샘에서 나오는 땀과 악취가 관련이 있었다. 아포크린 땀샘이 분비한 땀은 세균들의 먹이가 되고 세균들이 땀의 지방과 단백질 등을 소화시키며 여러 화학물질을 생성하여 지독한 땀 냄새를 만들어 낸다. 아포크린 땀샘에서 땀이 분비될 때 빨리 씻어야 한다는 점을 깨닫는다.

 책을 읽다보면 단순한 호기심 해결 그 이상의 가치를 깨닫는다. 일상에서 벌어진 일들의 원인, 과정 등 과학적 분석을 통해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먹다 남은 빵을 냉동실에 보관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과학 원리를 쉽게 설명했음은 이미 밝혔다. 양파를 썰 때 눈물을 흘리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하고, 차를 흘리지 않고 따르기 위해 적절한 주전자를 선택할 수 있도록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일상생활의 선택을 돕는 일보다 이 책이 더 끌리는 이유는 과학에 대한 오랜 오해를 푼 점이다. 늘 어렵고, 지루하고, 따분하기만 했던 과학이 쉽고, 흥미롭고, 가까운 일상생활에서의 일이라는 점에서 매력 있는 주제로 다가온다. 싱크대 배수구의 물 흐름에서 지구를 둘러싼 대기의 흐름을 설명하니 흥미롭지 않은가?

 평소 과학만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거리는 사람, 호기심 너무 부족하거나, 책을 통해 또 다른 질문을 하고 세상을 더 넓게 바라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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