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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학교도서관 옆에서 만난 책과 사람]철학콘서트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9-04-02
조회수 244


철학콘서트

글_황왕용(사서교사)





『철학 콘서트1』 황광우 저  | 생각정원 | 2017년 02월 20일
 
 
 
 

로크 백지설, 플라톤의 이데아, 공자의 인본주의, 노자의 무위자연, 고등학교 윤리시간에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외웠던 기억이 난다. 인물과 사상을 잇기만 하면 한 문제를 쉽게 풀 수 있었다. 맥락 없이 외우는 일은 인물을 이해하지도, 핵심을 알아채지도 못한 채 불수능에서 맥없이 정답을 맞히지 못하는 아픔까지 덤으로 얻게 해주었다. 그 후로 가끔씩 철학서를 읽고 하며 통찰의 순간을 몇 번씩 경험한 적이 있다. 안광복 선생님의 <우리가 매혹된 사상들>을 읽고 보수주의에 대한 오해를 풀고 보수주의와 화해했던 경험도 위와 같은 순간 중 하나다.

 

왜 내가 고등학생 때에 황광우의 <철학콘서트>라는 책이 없었을까? 황광우의 <철학콘서트>는 철학을 처음 접하거나 단순히 외운 철학의 지식으로 로크는 백지설이지.’ 로크에 대해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철학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철학하면 지루하다는 생각을 없애기 위해 너무 깊숙하지도 않게, 가장 핵심이 되는 이론이나 사건을 중심으로 사상가를 소개하여 우리의 이해의 폭을 넓고 깊게 만들어준다.

 

사실 이 책은 세상에 빛을 본 순간이 오래된 편이다. <철학콘서트>10년이 훨씬 넘었으니 제법 많은 사람이 읽은 책 중 하나다. 이 책은 스스로 최근 나온 책을 위주로 서평을 쓴다는 철칙을 깬 첫 번째 책이다. 기초체력이 부족한 운동선수에게 초심으로 돌아가 체력훈련을 하는 것처럼 기초 인문학적 지식이 부족한 나에겐 기초를 다져줄 수 있는 책이라는 점에서 서평을 쓰게 되었다.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 소개하고 싶은 책이기도 했다.

 

책에서 소개한 사상가는 고대의 대표적 철학자인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자본주의를 비판 혹은 옹호한 근대 사상가 토머스 모어, 애덤 스미스, 카를 마르크스, 종교의 시조인 석가와 예수, 중국의 대표적 사상가 공자와 노자, 우리나라 대표 사상가 퇴계 이황 총 10명이다. 작가는 6명은 서양인, 4명은 동양인으로 구성하여 서구 중심의 사고와 철학에서 벗어나 동서양의 균형을 맞추도록 노력했다.

 

열 명의 사상가를 소개하고 있지만 작가는 사상가를 중심으로 철학의 흐름을 제시했다. 소크라테스에게 막대한 영향을 받은 제자 플라톤은 <국가>를 통해 정의로운 인간과 국가 건설을 이야기한다. 자본주의를 비판한 토머스 모어, 마르크스 역시 이에 많은 영향을 받았기에 이들은 어쩌면 한 맥락이지 않을까 싶다.

 

기독교의 시조인 예수를 소개하는 부분은 인상적이다. 기적의 능력을 지녔기에 실존 인물이라 믿기 어려운 그를 작가는 보통의 사람으로 여긴다. 빵 일곱 덩이로 4000명의 군중을 먹인 기적을 작가는 이렇게 설명한다. 자신도 함께 굶었으면서 3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 군중들을 보며 진심으로 아파하는 예수의 기도를 듣고 죽기 직전에 먹으려고 숨겨놓은 빵 한두 덩이를 서로 꺼내어보니 모두가 먹고도 남을 양이 되었던 것이 아닐까하고. 예수가 살아있다면 그는 분명 무소유주의자일 것이며 평화주의자일 것이라는 설명은 관점의 차이를 보여주었다.

 

영국 사회의 불의를 고발하고 이상 사회를 제시한 책 <유토피아>의 저자 토머스 모어는 지금 보아도 대단한 인물이다. 토지에 대한 사적 소유권 폐지를 주장한 그는 생산 대중을 사회의 주체로 내세운다. 하루에 6시간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취미에 따라 자유롭게 보내거나 교육을 받는데 이 역시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의 통합을 통해 전인적 인간이 되기 위함이다. 또한 2년의 도농 간 순환 살림살이를 통해 건강한 농업 노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도시 생활과 농촌 생활의 통합을 시도하였다. 500년 전 이야기지만 우리가 지금도 꿈꾸는 이상사회와 흡사한 모습이다.

 

어릴 적에는 공자와 노자를 서로 비교하며 배웠는데 책에서는 오히려 석가와 노자가 같은 흐름이지 않을까 싶다. 노자는 현생의 삶에서 비움을 주장한다면, 석가는 삶 자체, 그러니까 자아를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모든 집착을 버려야 한다고.

 

처음엔 얕은 지식을 나열해 놓았구나 싶었지만 읽고 나니 오랫동안 철학을 공부해 온 작가 나름의 안목이 곳곳에 배어있음이 느껴진다. 철학의 기틀을 마련하여 이후 인문학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려는 철학 초보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서문에서 작가는 20대의 자신을 '노란 흰둥이'라고 지칭했는데 나 역시 그랬던 모양인지 서양 사상은 쉽게 읽히는 반면 동양 사상은 오히려 이해하기 어려웠다. 한편으로는 서양 사상은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지만, 동양 사상은 마음으로 공감하고 실천하는 학문이기에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쨌거나 철학하면 으레 서양 사상가들만 떠올리는 편견에서 벗어나 동양의 사상도 조금 더 깊이있게 공부하는 기회가 되었다.

 

자연과학은 20대에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인문학은 인생의 깊이만큼만 이해된다. 21세기 현대인이 여전히 플라톤과 공자로부터 인문학을 배워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p.18

 

철학을 삶이 아닌 공부라고 생각했던 어릴 적이 후회되기도 하지만 작가의 말을 곱씹으며 그럴 수밖에 없었겠다고, 이제라도 인문학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세상에 대한 이야기이니 인문학 서적을 통해 사회를 들여다보는 일을 가까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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