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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수의 책으로 읽는 세상] 위기를 낭비하지 않는 나라가 되어야 선진국관리자2021-07-26


    위기를 낭비하지 않는
    나라가 되어야 선진국
    글_이정수(서울도서관장)


    「하인리히 법칙」, 김민주 지음, 미래의창, 2014
     

    전라남도 광주시 동구 학동, 대규모 고급주거단지를 조성하는 재개발사업을 위해 기존 건물 철거가 한창인 곳이다. 지난 69일 이곳에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였다.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붕괴하여 지나가던 버스를 덮쳤다. 당초 철거는 위층부터 한 개 층씩 부수며 내려가 건물을 주저앉히는 방식으로 진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철거현장을 목격한 주민들은 철거업체가 건물 3층 구조물을 부수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보아 철거공사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던 것 같다. 결정적으로 철거 현장 바로 앞에는 왕복 6차선 도로와 버스 정류장이 있지만 분진 가림막만 설치하고, 인도를 보호할 안전장치가 부실하였다. 현장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건설업체는 광주시에 버스정류장 이전 설치를 요청하지도 않았고, 공사를 감독할 감리자도 현장에 없었다. 결국 무너진 건물에 시내버스가 깔려 17명의 사상자를 내는 대참사를 자초하였다.

    이 사고가 더욱 안타깝고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2년 전 잠원동 붕괴사고의 판박이이기 때문이다. 20197월 서울 잠원동에서 철거 작업 중이던 5층 건물이 무너져 현장을 지나던 차량 3대가 흙더미에 깔렸다. 이 사고를 계기로 국토교통부는 안전점검 기관의 지정 권한을 건축주에서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하도록 건축물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건물을 해체할 때는 감리를 받게 조치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사 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지방자치단체 역시 공사 감독 이행 여부를 점검하지 않았다.

    대형사고가 터질 때마다인재(人災)’라는 말이 빠짐없이 나온다. 이번 사고도 어김없이 속도와 수익을 좇는 재개발 사업에서 관행처럼 되어버린 다단계 하도급의 졸속 공사, 관리 감독 소홀이 만들어낸 예견된 인재였다.

    재앙을 예고하는 법칙이 있다. 하버트 윌리엄 하인리히(Herbert William Heinrich, 1885-1962)가 발견한 <하인리히 법칙>이다. 하인리히는 미국의 여행자 보험회사 직원이었는데, 회사 업무성격상 많은 사고를 접하면서 75천 건의 사고를 정밀 분석하여 흥미로운 결과를 얻었다. 그는 1920년대 초반부터 연구한 산업재해 관련 내용을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1931년에 <산업재해 예방에 대한 과학적 접근> 이라는 책을 출간하였다. 하인리히 법칙에 따르면 산업재해로 인해 1명의 중상자가 발생할 경우,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29명의 경상자가 있었고 부상을 당하지 않았지만 경미한 사고를 겪은 사람이 300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즉 중상과 경상, 부상이 발생하지 않는 경미한 사고의 비율은 1:29:300으로, 이 법칙은 큰 사고는 갑자기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 이전에 반드시 심각하지 않은 사고가 반복되며 징후가 있음에도 이를 무시한 채 방치하면 대형사고가 터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 법칙은 산업재해를 대상으로 한 것이나 현대에는 사고나 재난, 실패 등에 광범위하게 적용하고 있다. 김민주의 <하인리히 법칙>에는 이 법칙 외에도 많은 법칙을 소개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하기 전 잠재되어 있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 인간의 결함, 불완전한 행위 및 기계적․신체적 위험의 세 가지 요인을 개선하여 도미노처럼 확산되는 결함을 끊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도미노 이론’, 초기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하는‘1:10:100 법칙’, 작고 사소한 것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의 중요성을 알려주는깨진 유리창 법칙등 현재를 살아가는 개인이나 사회, 국가에서 한번쯤 되새기고 실천할 법칙이다.

    책에서 소개하는 타이타닉호 침몰 사건은 무척 흥미롭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이 주연한 영화 <타이타닉>을 통해서 알고 있던 이 사건은 어쩔 수 없는 천재(天災)였을까? 저자는 배가 운행하는 바다에 4월에는 빙하가 많다는 사실을 선장을 비롯한 승무원 대부분 알고 있었으나 이를 무시하고 과속한 것과 타이타닉호의 결함을 타이타닉호 침몰 사고의 요인으로 꼽았다. 또 빙하와 충돌 후에 적절치 못한 사후대처로 사망자가 많아지게 되었다고 말한다. 결론적으로 이 사고 역시 대형 사고에서 자주 나타나는 문제가 있는데, 그것은 사소한 초기 문제 방치와 부적절한 시정 조치, 상황의 은폐 등이다. 대형사고의 원인은 자연환경, 하드웨어, 법이나 제도의 문제 그리고 사람에 있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람으로, 사람은 실수를 저지를 수밖에 없으니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방심은 금물이다.

    평소의 위기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우는 사례가 있다. 2001년에 발생한 9.11 테러의 교훈을 되새길 때 자주 거론되는 모건스탠리이다. 당시 무역센터에 본사를 두고 있던 모건스탠리는 2,500여 명의 임직원이 그 건물에서 일하고 있었으나 테러로 목숨을 잃은 직원은 단 10명에 불과하였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바로 1985년부터 안전요원으로 근무한 릭 레스콜라스 덕분이다. 그는 테러 발생 전부터 수차례 테러 가능성을 예측하였고, 1988년 팬암 비행기 폭발 사고를 보고 세계무역센터의 테러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 후 1993년 세계무역센터 지하에서 무슬림에 의한 폭발사고가 일어난 것을 계기로 안전사고와 재난대비를 강화하였다. 전 직원이 비상사태에 대비해 철저한 대피훈련을 받았고, 자체적으로 재난대응체계를 마련하였다. 예고 없이 비상벨을 울려 비상상황 훈련을 실시했고, 방문하는 외부인들도 기본적인 안전 브리핑을 받도록 하였다. 9.11 테러 당시 모건스탠리 직원과 외부인은 17분 후 발생한 타워 2 폭발사고에 대비하여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안전하게 대피하였다. 더 놀라운 것은 사고로 인해 사무실을 잃었음에도 테러 다음날 본사를 제외한 모든 지점에서 업무를 재개한 것이다. 평소 긴급대책 플랜, 비즈니스 상시 운영체계 등 위기관리시스템을 제대로 작동시켰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사고 중에 기억나는 것들을 꼽아보라면 손가락 열 개가 부족할 것이다. 건물 붕괴, 교량 붕괴, 선박 침몰, 원유 유출, 비행기 추락, 기차 사고, 댐 붕괴, 화재 및 산불 그리고 국가 파산 등 종류도 다양하다. 지난 72일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변경하였다. UNCTAD가 특정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변경한 것은 설립 57년 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위기를 낭비하는 후진국형 재난은 더 이상 없는 나라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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