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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수의 시선강탈 책 읽기] 생각하는 능력을 잃어가는 사람들관리자2021-09-27


    생각하는 능력을 잃어가는 사람들

    글_이정수(서울도서관장)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니콜라스 카 저/최지향 옮김, 청림출판, 2020

     

    어느 날 지하철을 타고 꽤 먼 거리에 있는 도서관에 다녀올 일이 있었다. 초행길이라 스마트폰에서 지도 앱을 열어 오가는 방법을 확인하였다. 앱은 빨리 가는 방법, 빠른 환승위치는 물론 차량 도착시간도 알려주어 무척 편리하다. 예전 같으면 모르는 사람들에게 물어가며 찾아갈 길을 혼자서도 척척 해결할 수 있다. 장거리를 오고 가면서 스마트폰으로 포털에 올려진기사와 SNS포스팅된글과 전자책을 잠깐읽고, 메일을 확인하고 답장을 보냈고 몇몇 사람과 메시지를 주고받으니 지루하기는커녕 시간이 훌쩍 지나간 느낌이었다.

    그러고 보니 예전의 나는 어딘가를 가게 되면 가방에 책 한권이나 시사주간지, 메모할 수첩과 필기구를 꼭 챙겼는데 이제는 아니다. 스마트폰으로 메모하고, 책 읽고, 인터넷 서핑하고... 독서는 책상 앞이나 소파에서 하는 것으로 행태가 바뀌었다. 요즘은 일간지도 매일 읽지 않고, 주말에 몰아서 주간지처럼 읽는다. 매일 읽지 않아도 포탈이 전해주는 기사로 세상 돌아가는 것은 대충 알게 되니, 굳이 신문을 펼쳐 뉴스를 접하지 않아도 사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주는 편리함과 풍요로움으로 삶의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다. 점점 산만해지고, 집중력이 사라진 듯 하고 필요할 때마다 검색해 찾아보는 분절적인 정보추구 행태로 사고능력도 잃어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내 안에 정보의 천국에 대한 의심의 뱀이 기어든 것은 2007년 어느 날이었다. 인터넷은 홀로 외롭게 서 있는 오래된 컴퓨터에 비해 내게 더 강력하고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깨닫기 시작했다. 많은 시간 컴퓨터 스크린을 주시하며 보내는 것은 적절한 행동이 아니었다. 나의 뇌가 기능하는 방식이 바뀐 듯 했고, 나는 한 가지 일에 몇 분 이상 집중하지 못하는 무능력함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중년에 들어서면서 머리가 무뎌져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뇌가 일시적으로 표류하는 정도가 아님을 깨달았다. 나의 뇌는 굶주려 있었다. 뇌는 인터넷이 제공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제공되기를 바랐고, 더 많은 정보가 주어질수록 더 허기를 느끼게 된 것이다.”

    니콜라스 카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 나오는 내용이다. 딱 내 얘기다. 이 책은 올해 10년만에 개정증보판이 출간되었다. 그는 인류의 사고능력이 기술 혁명의 희생양이 되었다고 이미 10년 전에 경고하였다. 이번 개정판에는 인터넷이 인간의 뇌에 미친 영향에 대한 깊이있는 연구와 소셜미디어 기업에 대한 폭로 내용을 담았다.

    제임스 올즈라는 신경과학 교수에 따르면 뇌는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과거 방식을 바꿔 스스로 새롭게 정비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한다. 우리의 뇌는 환경에 따라 변화한다. 이것이 뇌의 가소성이다. 플라스틱이란 말의 어원은 성형이 가능한’, 즉 변형이 될 수 있는 가소성(plasticity)으로 인간의 뇌도 불변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에 따라 변하며, 단순히 생각이나 태도가 바뀌는 수준을 넘어 그 형태까지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자와 활자가 생겨나면서 인간은 사고의 깊이가 깊어졌다. 기억하던 것을 기록하고, 그것을 다시 읽고 생각하면서 인간은 점차 깊이 생각하기행위가 가능해졌다. 기억을 확장시키고 기억을 다른 기억과 연결하여 새로운 것을 창조하도록 인간의 뇌가 변하였다. 뇌의 가소성은 인간이 사고를 확장할 수 있는 원동력인 것이다. 이로서 지식을 끝없이 탐하는 존재인 인간은 르네상스와 과학혁명으로 문명의 발전을 이루게 되었다.

    그런데 인터넷의 탄생은 정보 접근성은 증가시켰지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을 만들고 있다. 스마트폰 그리고 구글은 사람들이 정보를 찾고, 기억하는 과정을 바꾸어버렸다. 깊이 사고하며 지식을 탐구하던 인간은 이제 언제 어디서든지 정보를 찾을 수 있고, 알아서 읽을거리를 가져다주는 인터넷 덕분에 능동적으로 지식을 찾아 나서지 않으며, 더 이상 자신의 뇌에 지식을 담을 필요가 없어졌다. 인간 뇌의 가소성은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기억하고 사고하는 과정이 사라짐에 따라 지식을 내재화하는 일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으로 만들었다.

    니콜라스 카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 문명은 미디어에 의해 결정되며, 컴퓨터라는 미디어는 뇌신경의 구조를 변화시키고, 인간의 문화뿐만 아니라 육체까지도 변화시키며 그 결과 인간이 사고하는 힘을 잃고 산만해진다고 강조하고 있다.

    요즘 누가 책을 읽느냐는 얘기를 심심찮게 듣는다. 미래의 도서관은 AI가 인간보다 더 정확한 정보를 줄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도 있다. 인간의 영역과 기술의 영역을 혼동하고 있다. 인간이 생산한 도구에 인간이 조종당하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소셜 딜레마>라는 다큐멘터리에 이런 대사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구글은 그저 검색 엔진이고, 페이스북은 친구들의 사생활과 사진을 볼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신의 관심을 놓고 그들이 경쟁을 하고 있다는 것은 모르고 있다. 페이스북, 스팹챗, 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의 회사들은 사람들의 눈을 계속 잡아두려고 한다. 그들은 사용자의 관심을 최대한 끌기 위해 노력한다.”우리가 무료로 사용하고 있는 소셜 미디어가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더 확실하게 예측하기 위해 많은 데이터를 필요로 하고, 우리 행동을 예측하기 시작하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편리하기도 하지만, 사람을 편향되게 조정하기도 한다.

    2020년 현재 한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95%에 달하였고, 코로나 19로 본격적인 비대면 사회에 접어들었다. 인터넷 기업들은 우리를 더 오래 머물도록 알고리즘을 짜고, 우리의 사고를 교묘하게 조정하고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과 떨어져 살 수 없는 세상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가상의 카지노같은 세상을 벗어나는 것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소셜 딜레마> 다큐에서는 당장 추천영상이나 피드를 받지 말고, 알람 설정을 끄기를 제안한다. 업무시간, 학습시간에는 일부러 스마트폰을 열지 않는 습관도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책을 가까이하고, 인문학 공부를 해보기를 권해본다. 소셜 미디어가 주지 못하는 지적 탐구의 기쁨을 느낄 것이다. 인간은 본래 생각하는, 그런 존재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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