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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수의 책으로 읽는 세상] 인간 너머의 인간에 대한 생각관리자2021-12-15


     

    인간 너머의 인간에 대한 생각


    글_이정수(사서, 서울도서관장)

    「인간 너머의 인간」, 이경민 외 저, 사월의책, 2021


     

    토요일 오후에 도서관에 행사가 있어 느지막하게 집을 나섰다. 마침 날도 포근하여 평일보다 산책하듯 걷던 중, 광화문 어느 건물 외벽을 청소하느라 쳐다보기도 아찔한 높은 곳에 6명의 사람이 매달려있는 것을 보았다. 순간 무서워 저절로 눈이 감겼다. 아슬아슬한 현장을 바삐 걸어 나오며, 저렇게 위험한 일은 기계로 대체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 혹시나 하고 찾아보니 벌써 우리나라에서스파이더라는 유리창 청소 로봇이 개발되었다. 무게 5kg에 빨판이 달린 다리 6개가 창틀이나 유리창에 붙어 이동하면서 청소한단다. 이 로봇이 상용화되면 사람이 위험한 일에 투입될 일이 없겠다 생각이 들다가, 그러면 인간의 직업 하나는 또 사라지겠지 싶었다.

    요즘은 인공지능부터 로봇기술이 진화하여 사람이 할 일을 대신한다. 집안의 청소 로봇을 비롯하여 카페나 식당에서 로봇이 음식을 가져다주는 것은 흔한 일이 되었고, 지하철역에 설치된 스마트도서관도 원하는 도서를 로봇 팔이 가져다주는 무인 도서대출반납시스템이다. 최근에는 AI 인간이 등장하여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지 못할 지경이 되었고, 메타버스 세계로서의 이동은 급진전되고 있다. 디지털 신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실존과 현실세계의 의미마저 흔들고 있는 것이다.

    미셀 푸코가 앞으로 인간은 모래사장에 그려진 얼굴처럼 곧 지워질 것이라고 주장하였듯이 인간은 다양한 문제와 난관을 극복하면서 오늘까지 존재하였지만, 미래의 인간이 어떤 모습일지는 불확실하다. 기술은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도구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인간의 생존 조건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른바 포스트 휴먼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현 인류보다 더 확장된 능력을 갖춘 존재로서, 지식과 기술의 사용이 월등히 앞설 것이라고 상상되는 진화 인류의 시대, 반영구적인 불멸의 인류 시대가 펼쳐질 것이다. 유전공학이나 나노공학, 로봇공학과 같은 기술은 자연과 인공, 기계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결합시키고 있어, 사이보그라는 것도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인간으로서의 본질을 상실해가는 인간은 탈 휴먼화 과정을 거치고, 기술과 매개한 존재론적 진화가 이어진다. 이제는 인간의 소외와 기술의 예속화가 진행될 것인지, 아니면새로운 인간으로 주체적인 길을 가게 될 것인지가 문제가 될 것 같다.

    최근 사월의 책에서 펴낸 <인간 너머의 인간>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 질문과 함께, 기술과 인간 그리고 포스트 휴머니즘에 대한 고민을 절실하게 담은 책이다. 이제는 휴머니즘만으로는 인간과 지구의 미래를 상상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의학자, 과학기술학자, 수의학자, 신학자, 종교학자, 법학자 그리고 윤리학자와 목사가 지난 5년간 함께 고민하고 성찰한 공동연구로, 서로 다른 분야의 연구자들이 포스트 휴먼 시대의 신, 인간, 자연의 의미를 묻고 미래를 위한 공통의 지반을 마련하였다고 한다.

    인간과 인공지능 로봇이 공존하는 시대의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인간 고유의 영역은 무엇인가? 생각하고, 판단하는 로봇을 인간이라고 할 수 있는가? 인간 너머의 인간, 포스트 휴먼의 미래는 어떠할 것인가? 질문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예전에 흥미롭게 봤던 <4차 인간>이라는 다큐멘터리가 생각난다. 기술로 인간이 영원히 살 수 있을 것인가, 인간이 기계인가, 기계와 공존이 가능한지 생각하는 프로그램이다. 암 선고를 받은 아버지의 모든 것을 기록하고 데이터를 만들어 아버지의 정체성을 담은 AI를 만들어 아버지를 영원한 존재로 만들어놓고, 아버지가 보고플 때마다 AI 아버지를 만나는 모습을 볼 때 소름이 끼쳤다. 인간의 욕망이 기술과 만난 결과물, 저것이 과연 진정한 인간일까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프로그램 마지막 편, 디지털 기술로 불멸의 인간을 만드는 것이 가능한지, 사람의 생각, 정신, 기억, 취향, 습관 등을 기계에 학습시켜 만들어진 로봇이 그 사람의 정체성을 대표할 수 있을 것인지 또 현재의 기술은 인간을 얼마나 담아낼 수 있는지를 실험하기 위해 한 과학자가 나섰다.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담은 인공지능 로봇을 만들었다. 로봇이 세상에 공개된 날, 그의 지인들은 인간과 AI에게 다양한 질문을 동시에 던졌고, 어떤 답변이 인간이 한 것인지를 맞히는 테스트도 진행하였다. 어떤 질문에는 AI가 인간보다 더 인간스러운답을 했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기술이 변화시킬 인간의 미래가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지막에 극적인 장면이 연출되었다. 아들이 AI 아빠에게 던진 나를 사랑하느냐?”라는 질문에 AI 아빠는 응답이 없었다. 아들이 다시 눈물을 글썽이며 나를 사랑하느냐?”고 묻자 AI 아빠가 해 준 말은 답변 없음이었다. 결국 눈물과 사랑이라는 감정, 그것이 바로 기계가 닮을 수 없는인간다움이라는 것을 알려준 뭉클한 장면이었다.

    <인간 너머의 인간>에 수록된 8편의 연구 중 가장 마지막은 이상철 크리스찬아카데미 원장의 포스트 휴먼과 고통의 해석학이다. 그는 에필로그에서 이렇게 말한다. “포스트휴먼 시대가 도래하여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는 세상이 오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하지만 그날이 오기 전까지 우리는 고통의 현장을 외면할 수 없습니다. 우리의 과제는 급격하게 변하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려는 노력만이 아니라, 지금의 변화를 주도한 뒤편에 혹 도사릴 수 있는 음모를 파헤치는 일, 그리고 그 변화의 방향이 확실하고 바른지를 의심하고 확인하는 일입니다. 지금의 변화가 누구의 이익을 위해 기획되고 소비되고 있는지를 따라가는 일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포스트휴먼 시대를 어떻게 지나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만큼이나 여전히 휴먼, 아니 휴먼 이하의 삶을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고통과 탄식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우리는 살펴야 합니다. 지금 눈물을 흘리는 최후의 휴먼이 사라지는 그날 비로소 우리의 포스트휴먼 시대가 시작되는 것 아닐까요

    그렇다. 결론은 뭣이 중헌디?”, 그걸 깨닫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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