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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남의 행간 속 사회] 우리들의 선택이 어려운 이유관리자2022-01-25


     


    우리들의 선택이 어려운 이유


    글_이창남(경북대 교수)

    「신자유주의」, 케이힐, 코닝스 저/최영미 옮김, 명인문화사, 2019


     

    10여년 전 무렵 영국 맨체스터에 머물던 때다. 겨울이었는데, 춥고 바람이 많았다. 바람은 대개 일정한 시간 동안은 한쪽 방향으로 부는데, 거기서는 방향이 수시로 바뀌어 종잡을 수 없었다. 그렇게 이방인 팻말처럼 떨고 서서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 시간도 알지 못하니 대중없이 오래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일상이 매일 반복되었고, 그 때마다 대처와 신자유주의를 떠올리며 약간 저주를 퍼붓곤했다. 왜냐하면 대처 시절부터 공공서비스가 민간으로 대거 이양되었기 때문이다. 빌어먹을 민간 버스는 바로 신자유주의의 첨병이 아닐까 하는 생각과 함께 이런 정책의 정부를 선택한 영국사람들이 의아하게 느껴졌다.

    흔히 영국의 대처와 미국의 레이건 정부에서 본격적으로 가동된 것으로 생각되는 신자유주의는 민영화, 긴축정책, 소득세인하, 규제완화, 무역 장벽철폐 등의 대표적 정책이 드러내듯 정부개입을 줄이고, 대기업과 다국적 기업의 사업을 위한 경제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90년대 IMF 지원을 받으면서 불가피하게 나타난 대량실업과 긴축정책으로 심대한 고난을 겪었던 기성세대는 당시 허약했던 한국 경제의 체질은 접어두고 그것을 방임적 자유주의와 강탈적인 세계화의 이념으로 간주했다. 위기를 잘 벗어났지만 지금도 우리들 가운데 많은 이들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을 쉽게 지우지 못하는 것 같다.

    데미언 케이힐과 마틴 코닝스의 <신자유주의>는 그 역사와 국가적 정책들을 균형있게 드러내고 있다. 이들은 신자유주의의 부정적 영향들을 지적하면서도, 그것이 일시적인 현상도 아니고 변화하지 않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논증한다. 그에 따르면 신자유주의는 단순히 신제국주의적 이념이 아니라 자본주의 발전 경로에서 나타난 구성적이고 자가발전적인 역능을 가진 흐름이다. 더욱이 그 경향과 정책은 좌파와 우파를 가리지 않고 나타난다.

    영국 노동당의 블레어 정부도 신자유주의 정책 기조를 유지해서 사회주의의 얼굴을 한 대처리즘이라는 별칭을 얻었고, 미국 민주당 출신의 클린턴 대통령도 북미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고, 미국내 신자유주의 정책을 관철시켰다. 요컨대 신자유주의는 단순히 자유주의 우파만의 정책적 이념이 아니라, 정치이념을 벗어나 초국가적 경제현실에 적응하고 효율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피해갈 수 없는 경제환경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정은 유럽도 비슷하다. 유럽연합도 다국적적 통화 공동체에 기초하고 있으며 신자유주의적 무역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그 안에서 부채로 허덕이는 그리이스에서 좌파정부는 긴축정책을 쓰지 않겠다고 공약하고 집권했지만, 실제 정부를 운영하면서는 약속을 저버릴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예는 신자유주의적 경제환경이 특정 개별 국가 정치체의 결단 만으로 쉽게 벗어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반증한다.

    독일의 중도좌파에 속하는 사회민주당도 국영실업조직을 민영화하고, 실업급여 조건을 강화하면서 신자유주의를 수용했다. 저자들은 일견 미국의 신자유주의와 유럽의 신자유주의 사이의 차이를 과소평가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금융위기 이후 미국 못지않게 유럽도 경제적 불황을 겪고 있고, 양자 사이의 근소한 차이가 어떻게 귀결될지는 향후 시간을 두고 지켜보아야할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선 피해갈 수 없는 질문은 왜 영국 노동당도 신자유주의의 정책을 유지하고, 유럽의 복지국가들에서조차 그것을 채택하는가 하는 것이다. 이유는 아마도 이념 만으로 국가를 운영할 수 없을뿐더러 빈 손으로 국민들에게 복지혜택을 부여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점을 고려할 때 국가권력과 경제주체들은 서로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관계이며, 윈윈 게임을 해야한다. 더욱이 일개 국가 안에서 자급자족하는 시대가 아니니 그 게임의 룰을 한 나라의 정부가 혼자서 정하는 것이 아니다. 신자유주의는 그런 점에서 경계를 필요로 하면서도 적응하고, 변화와 개선을 도모해야할 세계화 시대의 정치경제적 환경이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거철이 되니 여야(與野)할 것 없이 많은 공약들이 공적 지원과 복지의 확충에 쏠린다. 코로나로 특별히 어려운 현시점에 불가피한 일일 것같다. 다만 엄혹한 국제적인 경제환경을 돌파할 수 있는 능력과 비전도 함께 제시되어야할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약속들은 공허해지고, 많은 실패한 국가들의 사례들이 보여주듯이 참혹한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바람 많은 날 흔들리는 표심(票心)처럼 우리들의 선택이 어려운 데는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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